중동 지역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 간에 액화천연가스(LNG)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박 모니터링 데이터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유럽으로 향하던 일부 LNG 운반선이 갑자기 항로를 아시아로 변경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LNG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수송로다.

아시아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원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맥킨지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생산되는 LNG 대부분이 이 해협을 거쳐 아시아로 운송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대만, 일본 등은 걸프만에서 받지 못할 공급량을 대체할 LNG 물량을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대만은 전체 가스 소비량의 30% 이상을 카타르에 의존했으며, 한국과 일본의 의존도는 각각 15%, 5%에 달했다. 아시아는 여름철 냉방 수요가 많아 유럽보다 가스 사용량이 많다는 점도 물량 확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아시아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산 가스를 아시아로 돌릴 유인이 커졌다. 대부분의 LNG는 장기 계약으로 거래되지만, 일부 구매자는 최종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으며 판매자 역시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 계약을 파기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산 LNG 수출 물량은 대부분 구매자가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운송이 가능하다.

유럽 역시 LNG 확보 경쟁에 나섰다. 유럽 가스 가격은 이란 분쟁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오른 메가와트시(MWh)당 69.50유로까지 치솟았다. 이는 4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됐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다만 당시 기록했던 MWh당 342유로에는 크게 못 미친다.

아시아 LNG 가격 지표인 JKM 가격도 전쟁 시작 이후 두 배 이상 급등해 100만BTU(영국열량단위)당 24.8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MWh당 73.10유로에 해당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수록 운반선이 LNG를 선적하지 못하고 저장 시설도 한계에 부딪혀 단순한 운송 차질이 실제 가스 부족 사태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