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기반시설 공습으로 전력과 난방 공급이 끊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대도시 주민들이 혹한을 피해 시골로 피신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의 공습으로 올겨울 키이우 주민 수십만명이 장기간 정전과 난방 중단을 겪었다. 1월에는 키이우 시장이 주민들에게 갈 곳이 있다면 도시를 떠날 것을 촉구했으며, 당시 이미 약 60만명이 도시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는 발전소와 전력망을 공격해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 의지를 꺾으려 했지만, 많은 주민들은 시골에서 피난처를 찾아 혹한기를 버티고 있다. 이는 전쟁 시기 식량과 안식처를 찾아 시골로 향했던 우크라이나의 오랜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문화 프로젝트 관리자인 라도슬라바 카바치(36)는 키이우 아파트의 난방이 2주, 전기가 5일간 끊기자 남편과 함께 키이우 남쪽으로 약 48㎞ 떨어진 시골집으로 이주했다. 그는 "마을에서는 항상 피난처와 음식을 찾을 수 있고, 정서적으로 버티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카바치 부부는 발전기에 '가브릴로'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의지하고 있다. 남편은 키이우의 전쟁 박물관으로 출퇴근하고 있으며, 카바치는 시골 생활 덕분에 불면증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올렉산드라 스카치코바(25) 역시 키이우에서 2주간 난방 없이 지내다 오데사주의 시골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벽난로와 가스레인지 덕분에 추위와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키이우에서는 그저 생존했지만, 여기서는 비로소 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홍보 관리자 다닐로 보이코(23)도 키이우의 10층 아파트에서 정전 때마다 물과 난방이 끊기는 생활을 하다 시골로 이주했다. 그는 도시에서 우울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눈을 치우거나 강가로 산책하는 시골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며 "이곳에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역사학자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제1·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시골에서 식량과 피난처를 구하는 등 어려운 시기마다 마을 공동체에 의지해왔다고 설명했다. WSJ는 도시화로 시골 인구가 줄었지만, 러시아의 공습이 거세지자 시골로 돌아가는 것이 우크라이나인들의 생존 계획이 됐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