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격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의 파괴적 혁신, 사모 크레딧 시장의 균열이라는 삼중고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동시에 덮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동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장중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고 주가 선물이 급락하는 등 시장은 암울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쟁 종식을 시사하며 유가가 9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S&P500 지수가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근본적인 불안 요인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미 우 실버먼 RBC 캐피털 마켓츠 파생상품 전략 책임자는 "이란 문제가 배경으로 사라지더라도 우리는 여러 다른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충격은 개별적으로 관리 가능할 수 있으나 동시에 발생하며 어떤 단일 정책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취약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즉각적인 위협은 유가 충격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브렌트유는 한때 119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급등은 제조업, 항공, 물류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AI 기술이 초래할 불확실성도 시장을 흔드는 두 번째 요인이다. AI가 기존 산업을 파괴하며 소프트웨어, 미디어, 금융 등 여러 분야 기업들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뒤엎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회사채 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약 2조달러(약 2880조원) 규모의 사모 크레딧 시장에서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피치 레이팅스에 따르면 미국 사모 크레딧 시장의 채무 불이행률은 지난 1월까지 1년간 5.8%로 치솟았다. 유가 상승과 금리 인하 지연 전망은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잠재적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맷 말리 밀러 타박 수석 시장 전략가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충격이 과거 위기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주식 시장이 지금처럼 고평가된 상황에서는 훨씬 작은 문제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