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5명이 아시안컵 경기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한 뒤 호주에 망명을 신청해 허가받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란 여자 축구선수 5명에게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해 망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망명이 허가된 선수는 주장 자흐라 간바리를 포함해 자흐라 사르발리 알리샤, 모나 하무디, 아테페 라메자니자데, 파테메 파산디데 등이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속에 치러진 아시안컵 경기 전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가 '전시 반역자'라는 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 장관에 따르면 호주 연방경찰은 9일 저녁 이들 5명을 팀 숙소 호텔에서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선수단은 이란 정부 관계자들의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정부는 망명 신청 이전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 인력을 배치해왔다고 설명했다.

버크 장관은 10일 오전 1시 30분경 선수들의 비자 발급 절차가 완료되자 현장에서 축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서명이 끝난 뒤 많은 사진을 찍고 축하했으며, '오지, 오지, 오지, 오이, 오이, 오이'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이 여성들은 훌륭한 선수이자 훌륭한 사람들이며 호주에서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망명한 선수 중 4명은 이란 여자 챔피언십에서 11회 우승 기록을 가진 밤 카툰 클럽 소속이다. 주장 간바리 역시 이번 시즌 페르세폴리스로 이적하기 전까지 이 클럽에서 뛰었다. 33세의 공격수 간바리는 2024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골 세리머니 중 히잡이 벗겨졌다는 이유로 며칠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의 역대 최다 득점자인 간바리는 당시 구단과 함께 사과문을 발표한 뒤에야 경기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일요일 필리핀과의 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에서도 여러 차례 히잡이 머리에서 벗겨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은 이 경기에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버크 장관은 골드코스트 호텔에 남아있는 나머지 21명의 선수단에게도 망명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여성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일부는 이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