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일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속여 팔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2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인 메르세데스벤츠 악티엔게젤샤프트가 표시광고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전기차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세계 1위인 CATL 배터리만 탑재된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2023년 6월부터 딜러사에 배포한 판매지침(EQ Sales Playbook)에서 CATL 배터리의 우수성만 강조하고 파라시스 배터리에 대한 정보는 완전히 누락했다. 당시 판매된 EQE 6개 모델 중 4개, EQS 7개 모델 중 1개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음에도, 딜러사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소비자에게 CATL 배터리의 장점만 설명하며 차량을 판매했다.
실제로 벤츠코리아는 2021년 5월 독일 본사로부터 교육자료를 받아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벤츠 독일 본사 역시 벤츠코리아가 작성한 판매지침 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으며, 심지어 우수 사례로 선정해 다른 국가에 전파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터리 제조사는 전기차의 성능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소비자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23년 기준 CATL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6.6%로 1위인 반면, 파라시스는 1~2% 수준으로 순위권 밖에 있다. 특히 파라시스는 2021년 중국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이력이 있다.
이러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알려진 후 판매량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2025년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EQE 53 4MATIC+' 모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98.5% 급감했으며, 'EQE 350 4MATIC' 모델도 97.8% 감소했다. 반면 CATL 배터리가 들어간 'EQE 350 4MATIC SUV' 모델의 판매량 감소율은 6.6%에 그쳤다.
공정위는 벤츠의 행위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방해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친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련 매출액 약 2810억원의 최대 4%에 해당하는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하고, 벤츠코리아 법인과 독일 본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은폐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며 "이번 조치가 향후 피해 차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 소비자 피해구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