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개발사 앤스로픽이 미 국방부(펜타곤)과의 계약을 거부한 반면, 경쟁사 오픈AI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AI 업계의 인재 쟁탈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오픈AI의 펜타곤 계약에 반발한 고위급 인재들이 잇따라 사임하며 일부는 앤스로픽으로 이직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펜타곤과 AI 모델 공급 계약을 협상하던 중 미국 내 감시 및 자율 살상 무기 관련 안전장치 추가를 요구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다. 반면 오픈AI는 펜타곤과 기밀 환경에 자사 AI 모델을 배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 이후 오픈AI에서는 최소 2명의 고위 직원이 '가치와 원칙'을 이유로 사임했다. 오픈AI 로보틱스 부문 하드웨어를 총괄했던 케이틀린 칼리노프스키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사법적 감독 없는 미국인 감시와 인간의 승인 없는 자율 살상은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한 선"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며칠 앞서 사임한 맥스 슈워처 오픈AI 연구 부문 부사장은 앤스로픽 합류 소식을 알렸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내가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많은 사람이 앤스로픽에 합류했다"며 "앤스로픽의 재능, 연구 취향, 가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앤스로픽은 창업 초기부터 '안전 우선' 원칙을 강조하며 AI의 잠재적 위험에 집중하는 연구자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해왔다. 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자들이 AI 상용화보다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설립한 회사가 바로 앤스로픽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가치를 최우선으로 이끌어온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을 진정으로 믿는 팀을 만들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타가 수억 달러의 보상안을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할 당시, 오픈AI는 수십 명의 직원을 잃었지만 앤스로픽은 단 2명만 잃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픈AI는 펜타곤 계약 발표 이후 후폭풍 수습에 나섰다. 샘 올트먼 CEO는 계약 추진 과정이 "기회주의적이고 엉성해 보였다"고 인정하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메시지를 냈다. 오픈AI 대변인은 "우리의 계약은 AI의 책임감 있는 국가 안보 활용을 위한 실행 가능한 경로를 만들고, 내국인 감시와 자율 무기 금지라는 레드라인을 명확히 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앤스로픽은 '공급망 위험' 지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직원 37명이 앤스로픽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업계 내에서도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