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여파로 뉴질랜드의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하면서 조기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ASB은행과 뉴질랜드은행(BNZ)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뉴질랜드의 물가상승률이 2.8%에 이를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이는 2025년 말 기록했던 3.1%에서 소폭 둔화한 수치다. 웨스트팩은행 역시 2.6%로 전망했다.
이는 앞서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지난 2월 제시했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당시 RBNZ는 올해 말 물가상승률이 2.3%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애나 브레먼 RBNZ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목표 범위인 1~3%의 중간값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었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금융시장은 RBNZ가 더 빨리 긴축에 나설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스와프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오는 9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으며,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7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스티븐 토플리스 BNZ 리서치 책임자는 "2026년 내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이 RBNZ 목표 범위 상단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RBNZ는 이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BNZ는 유가 급등과 같은 일시적 가격 충격은 감내할 수 있지만, 이것이 운송비나 항공료 인상 등 2차 효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실제로 국영 항공사인 에어뉴질랜드는 항공유 가격 상승에 따라 운임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동 분쟁이 기업 신뢰도와 경제 성장을 위축시켜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사티쉬 랜초드 웨스트팩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강해져도 경기 하방 위험을 고려하면 RBNZ가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2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고 말했다.
RBNZ의 다음 금리 결정 회의는 4월 8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브레먼 총재가 3월 24일, 폴 콘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25일 각각 연설에 나설 예정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