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던 자금의 물줄기를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으로 돌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9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를 개최하고 금융지주, 보험, 증권사 등과 생산적 금융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권대영 부위원장은 "'부동산 망국병'을 끊어내고 첨단·혁신·벤처, 지역, 투자로 자금을 전환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대전환은 금융사의 지원 계획이 발표된 이후 시장 관심도가 집중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이 발표한 생산적 금융 지원 규모는 총 1243조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룹 공동으로 5000억원 규모의 '(가칭)하나모두성장인프라펀드'를 조성해 신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첨단 업종 기업에 신규 여신 취급 시 평가 가중치를 120%로 우대 적용하는 등 KPI(핵심성과지표)를 개편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2월 말까지 생산적 금융에 3조1600억원을 투입해 연간 목표의 18.6%를 조기 달성했다. 또한 청년·지역·창업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벤처모펀드 출자를 예고했으며, 영업점 KPI에 생산적 금융 실적을 최대 21.9%까지 반영하기로 했다.
증권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모험자본을 1조6000억원 이상 투자해 모험자본 비율을 19% 이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하나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2000억원 규모의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을 추진하며 연내 5000억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당근'도 제시했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사별로 생산적 금융 손실에 대한 과감한 면책이나 인사 불이익 제거를 검토하고, 정부 차원의 면책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으로 건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금융사에 대해 고의·중과실을 제외하고 투자 손실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금융 지원도 강조됐다. BNK금융지주는 '부울경 미래성장전략산업펀드'를 500억원 규모로 조성해 동남권 지역 전략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권 부위원장은 "지역은 열정과 훌륭한 산업이 있지만 수도권 금융사와의 '정보 격차'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금융권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요청했다.
권 부위원장은 회의를 마무리하며 "'무늬만 생산적 금융'이 되지 않기 위해선 금융사 스스로 생산적 금융 DNA를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실적과 수익으로 시장에서 성적표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망국병 끊자"…금융권, AI·반도체에 뭉칫돈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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