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주가 100억달러(약 14조4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도 외면받는 호놀룰루 철도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일본 기업의 전문성을 빌리기로 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와이 주정부는 일본 철도 대기업 도큐그룹과 교통 중심 개발(TOD)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협상 중이다. 이는 저조한 이용객 수와 주변 지역 개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호놀룰루 '스카이라인' 프로젝트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와이 스카이라인 철도는 막대한 예산에도 평일 하루 이용객이 1만1000~1만20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알라모아나 센터까지 노선이 완공될 경우 기대되는 하루 이용객 8만4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역 주변에는 편의시설은커녕 공중화장실조차 없는 황량한 상태로 남아있어 이용객 유치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일본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인 시부야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도큐그룹의 경험을 주목했다. 도큐그룹은 100년 전 황무지였던 땅을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시킨 역세권 개발 전문 기업이다. 그린 주지사는 "진지한 투자와 계획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고 깜짝 놀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철도역 주변에 주택과 상업시설을 함께 개발해 유동인구를 창출하는 도큐그룹의 '엔센'(沿線·연선) 전략이다. 하와이 주정부는 역세권에 저렴한 모듈러 주택과 전통 방식의 건물을 함께 지어 고질적인 주택난을 해소하고 철도 이용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일본의 또 다른 기업인 다이와하우스공업도 자문위원회에 참여해 모듈러 주택 건설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다이와하우스는 최근 마우이섬 산불 이재민을 위해 50채의 모듈러 주택을 공급한 경험이 있다. 하와이 건설 노조 역시 품질을 인정하며 이 계획에 동의하고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1980년대 일본 자본의 하와이 부동산 시장 과열과 현지 주민들의 반감을 초래했던 과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큐그룹이 직접 개발을 주도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공동 개발사로 참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이번 MOU는 법적 구속력이나 재정적 약속 없이 상호 협력을 목표로 하는 선언적 성격이 될 전망이다.
그린 주지사 행정부는 이번 파트너십을 일본 정부가 약속한 792조원 규모의 대미 인프라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발판으로도 삼을 계획이다. 그린 주지사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해당 자금 일부를 하와이 철도 인프라에 배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