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백악관 보좌관 알렉산더 버터필드가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이끈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결정적 증거인 백악관 비밀 녹음 시스템의 존재를 폭로한 인물이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버터필드의 아내 킴과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 닉슨 행정부의 백악관 법률 고문이었던 존 딘이 그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딘은 "그는 닉슨의 녹음 시스템 설치라는 비밀 유지 서약을 한 사안을 폭로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졌다"며 "그는 일어서서 진실을 말했다"고 전했다.
버터필드는 1969년부터 1973년까지 닉슨 대통령의 부보좌관으로 근무하며 대통령 집무실과 내각 회의실 등에 설치된 음성 인식 녹음 장치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았다. 그는 훗날 자신과 닉슨 대통령, H.R. 홀더먼 비서실장 등 극소수만이 이 시스템의 존재를 알았다고 밝혔다.
그의 역사적인 폭로는 1973년 7월 13일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던 상원 특별위원회 직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나왔다. '대통령과의 대화가 녹음됐을 수 있다'는 존 딘의 이전 증언을 토대로 한 질문에 버터필드는 녹음 시스템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는 사흘 뒤인 7월 16일 공개 청문회에서 이 사실을 증언해 미국 전역에 충격을 줬다.
이 증언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특별검사팀은 결정적 증거인 녹음테이프 확보에 나섰다. 1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1974년 7월 연방대법원은 닉슨 대통령에게 테이프 제출을 만장일치로 명령했다. 하원의 탄핵을 피하기 위해 닉슨 대통령은 결국 그해 8월 9일 사임했다.
버터필드는 2008년 닉슨 대통령 도서관과의 구술사 인터뷰에서 "내가 그 원인이 된 것이 좋지는 않았지만 여러 면에서 내가 원인이었다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는 증언 이후 연방항공청(FAA) 청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했다고 믿었다.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기업 임원으로 일했다.
버터필드는 훗날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자 "사기꾼"이라고 비판하며 그가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은폐를 주도했다고 믿었다. 그는 닉슨이 사임하던 날 "정의가 승리했다"며 "환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