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원유 선물 가격은 40% 넘게 급등했지만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글로벌 에너지 ETF'는 같은 기간 약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일시적이거나 생산량 감소로 상쇄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반영한다.
이번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에 차질이 생기고 중동의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주초 약 30% 상승했다. 특히 브렌트유 최근월물 가격은 6개월물 대비 배럴당 36달러 높은 수준에 형성돼 단기 공급 부족 우려를 키웠다.
시장은 이번 유가 급등이 단기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멜리우스 리서치의 제임스 웨스트 에너지·전력 연구 책임자는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조속히 해결되고 유가가 정상 수준으로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유가 랠리는 장기 선물 가격이 아닌 단기 현물 가격에 국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유가 급등락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이란 핵 문제와 달러 약세 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석유 기업 주가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유가와 동조화되지 않는 현상을 보였다. 이후 유가는 수개월 만에 40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휴잇 에너지 퍼스펙티브의 데이비드 휴잇 선임 컨설턴트는 "당시 시장의 판단이 옳았다"며 "지금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월 27일 종가 대비 쉘(4.9%), 셰브론(2.6%), BP(7.8%) 주가는 소폭 상승했으나 엑손모빌은 0.9%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 셰일 업체들은 지정학적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퍼미안 분지의 최대 독립 생산업체인 다이아몬드백 주가는 같은 기간 7% 상승했다.
카탈리스트 에너지 인프라 펀드의 사이먼 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의 에너지 공급과 인프라가 안전하고 위험에서 격리돼 있어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먼 웡 가벨리 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다이아몬드백, APA, 옥시덴탈 등은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엑손이나 셰브론보다 낮았기 때문에 이제 따라잡기를 시작한 것"이라며 유가 급등이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