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이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급등하는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 선택지들을 검토할 예정이다. 유가 급등은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고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생활비 문제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유권자가 많아 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카드는 전략비축유(SPR) 방출이다.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풀어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미국은 현재 4억1500만배럴 이상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약 4일치 소비량에 해당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도 12억배럴 이상의 공공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국제적 공조가 이뤄질 수 있다.

전쟁으로 마비된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운항을 재개하기 위한 보험 제공도 선택지 중 하나다.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하지만 해상 보험사들이 전쟁 위험을 이유로 보험 인수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봉쇄됐다. 미국 정부는 최대 200억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재보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JP모건체이스 분석에 따르면 필요한 규모는 3520억달러(약 506조8800억원)에 달해 실효성이 적다.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을 직접 낮추기 위한 방안도 검토된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갤런당 18.4센트의 연방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과 하절기용 고품질 휘발유 생산 의무를 완화하는 연료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된다. 다만 유류세 인하는 고속도로 유지 보수 재원을 감소시키고 연료 규제 완화는 환경오염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미국산 원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과했던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된다. 또한 미국 항만 간 화물 운송에 미국 선박과 선원만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존스법'을 일시적으로 유예해 운송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도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추가 완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돕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백악관은 석유 선물시장 등 금융시장을 통해 가격을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