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은퇴를 발표한 드리스 반 노튼은 베네치아의 15세기 건물 '피사니 모레타 궁전'을 인수해 비영리 재단 '폰다치오네 드리스 반 노튼'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오는 4월 25일 첫 공개 행사를 시작으로 대중에게 문을 연다.
반 노튼이 인수한 피사니 모레타 궁전은 약 4000㎡(4만3000제곱피트) 규모로 400년 이상 한 가문이 소유해온 역사적인 건물이다. 반 노튼은 WSJ에 "거대하고 복잡하며 매우 화려하게 장식된 건물이지만, 아주 특별한 기회였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재단의 첫 공식 행사는 '유일하게 진정한 저항은 아름다움이다(The Only True Protest Is Beauty)'라는 제목의 전시다. 포크 가수 필 옥스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이번 전시는 반 노튼이 직접 기획했으며 패션 컨설턴트 헤이르트 브륄로트가 참여했다. 재단은 이번 전시에서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꼼데가르송 등의 패션 작품과 미샤 칸, 에토레 소트사스 등의 가구 및 예술 작품 200여 점을 20개 방에 걸쳐 소개한다.
반 노튼은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등 현대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젊은 세대는 손으로 만든 것, 우연이 작용하는 것에 더욱 흥미를 느낄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장인정신'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고 밝혔다.
1986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설립한 반 노튼은 1980년대 벨기에 아방가르드 패션을 세계에 알린 '앤트워프 식스'의 핵심 멤버다. 그는 대형 자본에 속하지 않고 30년 넘게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해오다 2018년 스페인 패션·뷰티 기업 푸이그에 회사 지분 과반을 매각했으며 2024년 은퇴를 발표했다.
반 노튼은 패션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후 사회에 환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념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장인정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연약한지 절실히 깨달았다"고 재단 설립의 취지를 강조했다.
재단은 첫 전시가 끝나는 10월 4일 이후 난방, 냉방, 전기 시설 현대화 등 본격적인 건물 보수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방문하려면 재단 웹사이트를 통해 20유로부터 시작하는 '프렌드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