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스타트업 도넛랩이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가 슈퍼커패시터가 아니라는 독립적인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며 기술에 대한 의구심 해소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핀란드 국영 VTT 기술연구센터는 도넛랩의 배터리 셀을 10일간 방치하며 전압을 측정한 결과 초기 에너지의 97.7%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적인 배터리와 유사한 전하 보유 능력을 보여주는 결과로 급속 방전되는 슈퍼커패시터의 특성과는 다르다.

이번 테스트는 도넛랩이 자사 배터리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의뢰한 세 번째 독립 시험이다. VTT는 배터리 셀을 테스터에 연결한 뒤 10일간 유휴 상태로 두고 10초마다 전압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화학적 안정화로 인해 첫 1시간 동안 전압이 3861mV에서 3722mV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후 10일 동안 높은 안정성을 유지했다.

슈퍼커패시터는 배터리와 달리 장기 에너지 저장용으로 설계되지 않아 며칠 또는 몇 주 내에 자체 방전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잃는다. VTT는 이번 테스트 결과가 "슈퍼커패시터의 빠른 선형 방전 특성이 아닌 일반적인 배터리 유형의 전하 보유 능력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마르코 레티매키 도넛랩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사람이 우리 배터리의 사양은 슈퍼커패시터로만 가능하다고 말해왔다"며 "오늘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도넛랩의 기술에 의구심을 제기한 이유는 회사가 주장하는 배터리 성능이 기존 기술을 크게 뛰어넘기 때문이다. 도넛랩은 자사 배터리가 킬로그램당 400와트시(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며 10분 이내에 충전할 수 있고 10만회에 달하는 충전·방전 수명을 갖는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200~300Wh/kg)와 수명(1500~3000회)을 월등히 뛰어넘는 수치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도넛랩의 제품이 장기 에너지 저장 능력이 떨어지는 슈퍼커패시터일 수 있다는 추측을 제기했다.

다만 이번 테스트에도 불구하고 배터리의 구체적인 화학 성분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이나 전고체 배터리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덴드라이트' 현상(배터리 내부에서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이 자라나 분리막을 훼손하고 화재를 유발하는 문제)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도넛랩은 향후 추가적인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