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여우가 늑대 새끼를 사냥하는 장면이 사상 최초로 영상에 포착됐다.
과학 전문매체 IFL사이언스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인근 카스텔포르치아노 대통령 사유지 내 보호구역에서 붉은여우가 회색늑대 새끼를 공격하는 모습이 카메라 트랩에 기록됐다. 이 지역은 2016년 회색늑대를 재도입한 곳으로 다양한 유제류(발굽 동물)가 풍부해 늑대의 주요 먹이 공급원이었다.
연구팀은 늑대에 부착된 GPS 추적기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4월 두 곳의 늑대 굴을 발견했다. 카메라에는 굴 입구 주변을 맴도는 새끼 늑대 두 마리와 성체 늑대들의 모습이 담겼다.
붉은여우는 지난 5월 14일 굴 입구를 탐색하는 모습으로 처음 관찰됐다. 이틀 뒤인 16일 밤 카메라에는 붉은여우가 늑대 새끼 한 마리를 포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촬영됐다. 당시 주변에는 성체 늑대가 없었다.
영상에는 붉은여우가 살아있는 늑대 새끼를 굴 밖으로 끌어내는 모습이 담겼다. 새끼는 잠시 탈출해 굴 안으로 돌아갔지만 여우는 다시 공격을 시도했고 새끼의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이후 여우와 새끼의 모습은 더 이상 촬영되지 않았고 날이 밝은 뒤에는 새끼 늑대 한 마리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격받은 늑대 새끼는 이후 어떤 카메라에도 다시 포착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영상에 직접적인 포식 장면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붉은여우가 늑대 새끼를 잡아먹은 첫 사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해당 지역에 다른 먹잇감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붉은여우가 굶주림 때문에 사냥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회주의적인 포식 활동일 가능성이 높으며 두 종의 서식지가 겹치는 다른 곳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유사 사례가 더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찰이 특정 여우 한 마리의 새로운 행동인지 혹은 더 보편적인 행동인지는 불분명하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가 알려지지 않은 동물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장기적인 현장 모니터링과 카메라 트랩 활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