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감형을 허용하는 새 법률이 시행됐지만, 실제 석방 사례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025년 1월, 60세의 리사 레이 모스는 오클라호마주 세미놀 법정에서 증인석에 섰다. 그녀는 1990년 남편 살해 사건에 연루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35년을 복역했다. 모스는 남편으로부터 총기 위협, 반복적 성폭행, 임신 중 폭행 등 극심한 학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판사는 "피고인이 가정폭력 생존자임이 명백하며, 그러한 폭력이 범죄의 실질적 기여 요인이었다"고 판단하며 즉각 석방을 명령했다. 오클라호마 생존자법(Oklahoma Survivors' Act) 시행 이후 첫 석방 사례였다.
변호사 콜린 맥카티는 2022년부터 가정폭력 피해 여성 수감자들의 실태를 조사했다. 여성 교도소에서 156명의 수감자가 설문에 응답했고, 대부분 학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범죄로 수감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클라호마는 미국 내에서도 가정폭력 발생률과 여성 수감률이 모두 높은 주다. 맥카티는 두 현상이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입법을 추진했다. 2024년 5월, 학대가 범죄의 '실질적 기여 요인'이었을 경우 감형을 허용하는 생존자법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털사 카운티 검사 스티브 쿤츠바일러 등 검찰은 이 법이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며, 허위 주장을 조장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에이프릴 윌켄스는 2년간 학대와 스토킹을 당한 끝에 1998년 전 약혼자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최소 10차례 911에 신고했고, 3차례 보호명령을 받았지만 경찰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윌켄스는 생존자법 통과를 이끈 핵심 인물이었지만, 정작 본인의 재판은 계속 연기되었다.
2025년 여름, 여러 여성 수감자들의 재심 청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들의 진술 불일치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신빙성을 공격했다. 27세의 타이샤 롱은 5시간 동안 반복 질문에 시달렸고, 에리카 해리슨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9월 윌켄스의 재판이 열렸을 때, 변호인단은 그녀를 증인석에 세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른 사례들에서 나타난 가혹한 반대 신문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판사는 학대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것이 범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감형 신청을 기각했다.
뉴욕주는 2019년 유사한 법을 먼저 시행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감형 성공 여부는 대부분 해당 지역 검사의 태도에 달려 있었다. 검사가 반대하는 경우 극소수만 감형을 받았다.
오클라호마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모스 이후 재심 청구한 5명 모두 기각되었다. 맥카티는 1월 29일 쿤츠바일러에 맞서 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윌켄스는 현재 오클라호마 형사항소법원에 상고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그녀는 교도소에 처음 왔을 때 심은 나무가 이제 하늘을 향해 크게 자랐다고 편지에 썼다. 자신도 언젠가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지아주도 최근 유사한 법을 제정하는 등 생존자 정의법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 사례는 법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