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알껍데기가 수백만 년 전 화석의 나이를 밝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학의 고생물학자 라이언 터커 연구팀은 공룡 알껍데기를 이용해 주변 암석층과 화석의 연대를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 인바이런먼트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터커 연구팀은 "이 방법이 검증되면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측정이 가능한 대륙 퇴적층의 범위를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정확한 연대를 파악하는 것은 고생물학의 오랜 난제였다. 퇴적암의 각 지층은 지질학적 역사의 특정 시기를 나타내지만, 그 안에 갇힌 화석의 정확한 연대 측정은 어려웠다.

화석화된 뼈와 치아를 직접 연대측정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률이 일관되지 않았다. 화석화 과정과 퇴적물이 암석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뼈의 구조가 변형돼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공룡 알껍데기의 독특한 미세구조에 주목했다. 알껍데기의 탄산칼슘 결정 배열 방식이 화석화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미국 유타주 시더마운틴층의 딥에디 유적지와 몽골 동고비분지의 틴울란차르차이 지역에서 발굴된 백악기 공룡 알 화석을 분석했다. 유타주 화석은 이미 연대가 확인된 화산재 지층 사이에서 발견됐다. 몽골 화석은 연대가 추정만 됐을 뿐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라늄-납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적용했다. 이 방법은 100만 년 전부터 지구 탄생 시기인 약 45억 년 전까지의 암석 연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알껍데기와 같은 탄산염 물질은 납과 우라늄 동위원소를 가두는 특성이 있다. 불안정한 우라늄 동위원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방사성 붕괴를 거쳐 안정적인 납 동위원소로 변한다. 두 동위원소의 상대적 비율과 반감기를 계산하면 시료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유타주 알은 오비랩토르의 일종인 마크로엘롱가툴리투스 칼라일레이가 낳은 것으로 추정됐다. 몽골 알은 현생 조류와 조상을 공유하는 작고 새와 비슷한 수각류인 마이크로트로오돈티드 공룡이 낳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량원소 분석 결과 두 알껍데기 샘플 모두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퇴적층의 압력으로 생긴 미세한 균열만 몇 개 발견됐을 뿐이다.

연구팀이 직접 연대측정한 결과 유타주 공룡 알은 9500만 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알 둥지를 감싼 화산암층보다 약간 젊은 연대였다. 예상대로 둥지 아래 암석은 더 오래됐고 위쪽 암석은 더 젊었다.

몽골 알의 경우 우라늄-납 연대측정 결과가 기반암의 연대와 매우 근접했다.

틴울란차르차이 알의 미량원소 분석에서는 예상치 못한 발견도 있었다. 알이 묻힌 9900만 년 전 무렵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운석 충돌이 없었다면 알을 덮은 퇴적물에 이미 운석 먼지가 섞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터커 연구팀은 "이 연구는 공룡을 포함한 조류와 기타 알을 낳는 척추동물의 알껍데기 생체탄산염이 중생대와 신생대 육상 퇴적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질연대 측정기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연대를 알 수 없는 화석 유적지가 발견되면 공룡 알을 찾아 연대를 측정하면 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