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가 러시아산 원유 공급 중단을 이유로 유럽연합(EU)의 20차 대러시아 제재안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했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은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가 헝가리로 가는 원유 수송을 재개할 때까지 20차 제재안 채택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송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결정들이 승인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17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러시아에 대한 20차 제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인 18일에 맞춰 제재안을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러시아산 원유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수송은 지난 1월 27일부터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이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EU 제재안이 통과되려면 27개 회원국 전원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시야르토 장관은 14일에는 우크라이나의 군사·경제적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900억 유로(약 106조원) 규모의 EU 차관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이번 주 원유 공급 중단에 대응해 우크라이나로의 디젤 수송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14일 월요일까지 원유 공급이 재개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상 전력 공급도 끊겠다고 경고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EU 지도자 중 러시아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산 화석연료가 자국 경제에 필수 불가결하며,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조달하면 즉각적인 경제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후 유럽 대부분 국가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줄이거나 완전히 중단했다.
하지만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공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려왔다. 두 나라는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정책에서 임시 면제를 받았다.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러시아 침공에 대한 EU의 제재 노력을 반복적으로 방해해 왔다. 그는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타격하려는 시도를 비판해 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군사·재정 지원 노력도 거부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