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100여 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 전 왕자가 지난 목요일 공직자 비행 혐의로 체포되어 11시간 가까이 구금되면서 찰스 3세 국왕의 왕실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을 흔든 주요 스캔들을 조명하며 앤드루 전 왕자 체포 사건이 왕실에 미칠 파장을 분석했다.

**앤드루 전 왕자 체포…찰스 3세 재위 최대 위기**

경찰은 앤드루 전 왕자가 영국 무역사절 재직 당시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기밀 무역 정보를 공유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번 체포는 엡스타인의 성매매 혐의와는 무관하지만,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수백만 페이지의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앤드루는 엡스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해왔으나 최근 제기된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찰스 3세는 재위 4년째를 맞았지만 동생의 문제가 거의 모든 것을 가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특정되지 않은 암 투병 중인 국왕은 왕실이 평소처럼 운영되도록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찰스 3세는 앤드루로부터 모든 칭호와 영예를 박탈했고 윈저성 인근 저택에서도 쫓아냈다. 국왕은 "법이 그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윈저 왕가의 탄생…독일계 혈통 지우기**

현재의 영국 왕실인 윈저 왕가는 갈등 속에서 탄생했다.

빅토리아 여왕이 작센코부르크고타 가문의 앨버트 왕자와 결혼하면서 영국 왕실은 독일 혈통이 짙어졌다.

1914년 영국과 독일이 전쟁에 돌입하자 조지 5세는 1917년 왕가 이름을 작센코부르크고타에서 윈저로 변경했다. 독일을 지지한 왕족들의 칭호를 박탈하는 법안도 추진했다.

하노버 왕자이자 컴벌랜드 공작이었던 어니스트 오거스터스는 영국 왕족이었지만 독일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1919년 칭호가 박탈됐다.

영국 하원 도서관에 따르면 이는 "이런 방식으로 칭호가 박탈된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다.

앤드루는 더 이상 왕자나 요크 공작이 아니지만 왕위 계승 서열 8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9일 앤드루를 왕위 계승 서열에서 제외하는 법안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드워드 8세 왕위 포기…의무보다 사랑 택해**

에드워드 왕세자와 미국 사교계 명사 월리스 심프슨의 관계는 골칫거리에서 헌정 위기로 번졌다.

두 차례 이혼한 심프슨과 왕위 계승자인 에드워드의 결혼은 영국 국교회가 이혼자의 재혼을 허용하지 않아 불가능했다.

1936년 초 조지 5세가 사망하자 왕세자는 에드워드 8세로 즉위했다. 그는 영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심프슨과의 결혼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의무와 열정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그는 1936년 12월 왕위를 포기했다.

에드워드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 국왕으로서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영국 신문들이 이 관계를 보도하지 않아 영국 내 많은 이들에게 이 소식은 충격이었다.

왕위 포기는 왕실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에드워드의 동생이 조지 6세로 즉위했고 그의 딸 엘리자베스 2세가 70년간 재위한 뒤 찰스 3세가 왕위를 이었다.

모두 군주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의무감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했다.

**다이애나비 사망…여왕의 침묵이 부른 위기**

1997년 찰스의 전 부인 다이애나비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36세에 사망하면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당시 15세와 12세였던 윌리엄과 해리 왕자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대중의 강렬한 반응은 왕실을 당황하게 했다.

버킹엄궁과 켄싱턴궁 앞에는 조화 더미가 쌓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스코틀랜드 발모럴에서 여름 휴가 중이었다.

왕실은 슬픔을 비공개로 유지하며 일상을 고수했고 여왕은 며칠간 성명을 내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다이애나를 "국민의 공주"라고 부르며 대중의 정서를 완벽하게 포착했다.

"여왕님, 우리에게 말씀해주세요", "당신의 관심을 보여주세요"라는 신문 헤드라인이 나온 뒤 여왕은 다이애나 장례식 전날 국민에게 생방송 연설을 했다.

여왕은 "여러분의 여왕이자 할머니로서 진심을 담아 말씀드린다"며 국가의 슬픔을 인정하고 다이애나를 칭찬하며 그녀의 기억을 소중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리 왕자 법정 증언…왕실 프로토콜 파기**

앤드루는 해리 왕자 문제로 왕실의 호감을 되찾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해리는 아내 메건과 2020년 왕실 업무에서 물러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면서 아버지 찰스 3세, 형 윌리엄 왕자와 사이가 멀어졌다.

부부는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와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왕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해리는 회고록 '스페어'에서 사적인 대화를 공개하며 긴장을 더욱 부채질했다.

해리는 또한 왕실 프로토콜을 깨고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에 의지했다.

그는 데일리미러를 상대로 한 전화 해킹 소송에서 승소하며 100년 만에 법정에 증언한 첫 고위 왕족이 됐다.

왕실 업무에서 물러나며 박탈된 경찰 경호를 복원하려는 소송은 실패했고 이는 아버지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비쳐졌다.

법원이 소송을 최종 기각한 뒤 부자는 2024년 9월 찰스의 런던 관저 클래런스하우스에서 차를 함께 마셨다. 1년 만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