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가 불법인 모로코를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성소수자 여성이 미국 이민판사로부터 추방 금지 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제3국을 경유해 모로코로 강제 송환됐다고 미국 A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로코 출신 파라(가명·21)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에게 다시 추적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일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모로코에서 동성애는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해지는 불법 행위다.

파라는 동성 파트너와의 관계가 드러나자 양측 가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집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다른 도시로 도피했지만 가족이 그녀를 찾아내 살해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파라는 친구를 통해 브라질 비자를 얻어 파트너와 함께 브라질로 비행한 뒤 6개국을 수주간 걸쳐 이동해 2025년 초 미국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에 도착했을 때 "고생할 가치가 있었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느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하지만 파라는 애리조나와 루이지애나에서 거의 1년간 구금됐다. "너무 추웠고 얇은 담요만 제공됐다"며 의료 서비스도 부적절했다고 그녀는 전했다.

파라는 망명 신청을 거부당했지만 지난해 8월 미국 이민판사로부터 보호명령을 받았다. 판사는 그녀를 모로코로 추방할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녀의 파트너는 망명과 보호명령 모두 거부당한 채 추방됐다.

파라는 석방 심리를 3일 앞두고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채 비행기에 태워져 한 번도 방문한 적 없고 동성애가 불법인 아프리카 국가 카메룬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카메룬에 머물고 싶은지 물었지만 여전히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곳에서 내 생명을 걸 수 없다고 말했다"고 파라는 전했다. 이후 그녀는 모로코로 송환됐다.

파라는 미국 이민판사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았음에도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제3국으로 추방된 수십 명 중 한 명이다. 실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체류 이민자들에게 자발적 출국을 압박하기 위해 제3국 추방을 활용하고 있다. 행정부는 이민자들이 "다수의 제3국 중 어디든" 보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카메룬 수도 야운데의 구금시설에는 현재 1월과 이달 초 두 차례 비행편으로 도착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 출신 추방자 15명이 수용돼 있다. 카메룬 국적자는 한 명도 없다고 이들을 변호하는 조셉 아와 프루 변호사가 밝혔다.

프루 변호사는 1월 첫 비행편에 탑승한 파라를 포함한 9명 모두 판사의 보호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월요일 도착한 두 번째 비행편에는 8명이 탑승했으며, 가나 출신 여성과 콩고 출신 여성 2명이 보호명령을 받았다고 익명을 조건으로 밝혔다.

미국 법률 회사 노보 리걸 그룹의 알마 데이비드 이민 변호사는 제3국 추방이 사실상 법적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변호사는 "카메룬으로 추방함으로써 미국은 이들의 적법 절차 권리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민법, 국제조약상 의무, 심지어 국토안보부 자체 절차까지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앞서 1월 카메룬으로의 추방을 확인했다.

국토안보부는 "우리는 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판사가 불법 외국인이 이 나라에 있을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그들을 추방할 것"이라며 제3국 협정이 "미국 헌법상 적법 절차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AP통신에 "다른 정부와의 외교적 소통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추가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카메룬 외무부도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미국에서 일부 아프리카 국가로의 이주민 추방을 인지하고 있다"며 "본국 귀환 여부에 대한 어려운 결정에 직면한 사람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이주기구는 야운데 시설이 카메룬 당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카메룬은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제3국 국적 추방자를 받아들인 최소 7개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다. 다른 국가로는 남수단, 르완다, 우간다, 에스와티니, 가나, 적도기니가 포함된다.

국무부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일부 국가는 그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 카메룬과의 협정을 포함한 다른 협정의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직원이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약 300명의 이민자를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하는 데 최소 4천만 달러(약 580억원)를 지출했다.

AP통신이 검토한 행정부 내부 문서에 따르면 47개의 제3국 협정이 다양한 협상 단계에 있다.

모로코로 돌아온 파라는 미국 당국이 자신 같은 사람들을 위협으로 지칭하는 것을 듣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민과 이민자 노동으로 세워진 나라인데 우리가 모두 위협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며 "나에게 행해진 일은 불공평했다. 정상적인 추방이었다면 공정했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추방당하는 것은 잔인하다"고 파라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