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부과를 기각하면서 이미 복잡한 미·중 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양국은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피하면서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지난 금요일 연방대법원 판결은 표면적으로 중국에 유리한 고지를 마련해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금을 부과할 다른 방법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 이 이점을 활용하는 데 신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손윤은 "이번 판결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팀과의 협상에서 중국에 도덕적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소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임시로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 뒤 15%로 인상할 것이며 수입 관세를 위한 대안적 경로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을 지목하며 관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의 경제·기술·군사적 우위에 가장 큰 도전을 제기하는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기자들에게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수천억달러의 흑자를 냈다"며 "그들은 중국을 재건했고 군대를 재건했다. 우리가 그것을 허용함으로써 중국의 군대를 키워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시진핑 주석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는 이제 우리 나라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중국 정책 선임 연구·옹호 자문관 알리 와인은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법원 판결을 강하게 "과시하거나 휘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인은 "시진핑 주석이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수록, 미·중 간 취약한 무역휴전이 본격적으로 정착되고 트럼프가 중국에 아시아에서 더 큰 행동의 자유를 주는 안보 양보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중국 주미대사관 대변인 류펑위는 법원 판결의 영향에 대한 논평 요청에 관세와 무역전쟁이 어느 나라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그는 베이징과 워싱턴이 협력해 "중·미 경제·무역 협력과 세계 경제에 더 큰 확실성과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법원 판결은 아시아와 그 밖의 지역에서 미국의 다른 무역 파트너들에게도 새로운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초기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댄 크리텐브링크는 "대부분의 아시아 파트너들이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양측이 향후 몇 주 동안 영향을 검토하는 동안 기존 협정은 대체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3월 워싱턴 방문 예정을 앞두고 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확고한 동맹국인 일본은 최근 몇 달간 베이징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초 백악관에 복귀한 직후 비상권한법을 발동해 펜타닐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유입을 중국이 차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국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트럼프는 같은 비상권한을 발동해 중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에는 34%의 관세를 매겼다. 베이징이 보복하면서 관세는 일시적으로 세 자릿수까지 치솟았다가 양측이 물러섰다.
수차례의 무역협상과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거쳐 양국은 10%의 기본 관세를 적용하는 1년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트럼프는 또한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10%로 대폭 삭감했고, 베이징은 오피오이드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더 많은 물질의 수출을 제한하는 협력을 재개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 웬디 커틀러는 트럼프 행정부가 빠르게 플랜B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커틀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전 무역협정에 대한 중국의 이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것이 행정부의 백업 계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협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면 미국 정부는 무역법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로 칸나 의원은 행정부에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책임을 묻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의 집단적 힘을 활용하는" 새롭고 더 강력한 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컨설팅 업체 테네오에서 중국의 정치적 위험 분석을 담당하는 가브리엘 와일다우 전무는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법적 권한을 사용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의지를 이미 보였다고 지적했다.
와일다우는 베이징이 관세가 "약간의 어려움만으로" 유지되거나 재설정될 수 있다고 이미 가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베이징은 구매 보장이나 다른 양보를 대가로 트럼프를 설득해 이 관세를 낮출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