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벌 제프리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수감 중인 영국 사교계 인사 기슬레인 맥스웰이 엡스타인 관련 문서 9만쪽의 공개를 막기 위해 법원에 긴급 신청을 제출했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스웰의 변호인단은 지난 금요일 맨해튼 연방법원에 서면을 제출하며 수백만 건의 문서를 강제로 공개하도록 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문서는 10년 전 엡스타인 피해자 고(故) 버지니아 주프리가 맥스웰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명예훼손 소송에서 나온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판사에게 이 파일들의 비밀 유지 요건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맥스웰 측 변호인은 법무부가 맥스웰에 대한 형사 수사 중 비밀 유지 명령이 적용된 문서를 부적절하게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에는 30건 이상의 증언록과 맥스웰 및 다른 인물들의 금융·성적 사안과 관련된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다.

변호인단은 "의회가 지난 12월 통과시킨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법'은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로라 메닝거와 제프리 팔리우카 변호사는 "의회는 법령으로 법원의 파일을 오용으로부터 보호할 권한을 박탈하거나 책임을 면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하는 것은 권력분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의회나 행정부는 사법권을 침해할 수 없다"며 "그 권한에는 사건과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할 권한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수 주 전부터 시작된 엡스타인 관련 형사 수사 문서 공개는 엡스타인의 수십 년간 여성과 10대 소녀들에 대한 성적 학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드러냈다. 일부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이름은 검게 지워진 반면 자신들의 이름과 개인 정보가 문서에 공개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의회 의원들은 법무부 관계자들이 모든 것을 공개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문서의 절반 정도만 공개됐으며 상당 부분이 편집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파일은 판사의 승인이 있어야만 공개될 수 있다.

주프리는 엡스타인이 자신을 다른 남성들에게 인신매매했으며 그 중에는 앤드루 왕자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2021년 앤드루 왕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17세 때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왕자는 혐의를 부인했고 두 사람은 2022년 합의했다. 며칠 전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과 기밀 무역 정보를 공유한 혐의로 체포돼 거의 11시간 동안 구금됐다.

지난해 자살한 주프리가 사후 출간한 회고록에서 검사들은 배심원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싶지 않아 맥스웰의 성 인신매매 기소에 그녀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64세인 맥스웰은 2021년 12월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엡스타인은 2019년 8월 성 인신매매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연방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맥스웰은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과 이틀간의 면담에 참여한 후 지난 여름 플로리다 연방 교도소에서 텍사스의 저보안 교도소로 이송됐다.

2주 전 맥스웰은 연방 교도소에서 화상 통화로 진행된 하원 감독위원회 의원들의 증언에서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다. 다만 변호사를 통한 성명에서 사면이 주어진다면 "완전하고 솔직하게 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