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정책 상당 부분을 무효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새로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공화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체제 상당 부분을 무효화하며 "세금을 부과할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판결했다고 미국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결정이 나온 직후 의회 공화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며 향후 관세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고, 항상 그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며 "의회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4년 무역법을 근거로 새로운 글로벌 10% 수입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법은 대규모 미국 국제수지 적자나 기타 국제 지불 문제가 있을 때 대통령이 150일 동안 한시적으로 임시 수입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은 이전에 사용된 적이 없어 법원의 검증을 받은 바 없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관세 부과 권한이 헌법상 의회에만 부여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관세 문제는 공화당 장악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하원과 상원 모두 캐나다 같은 무역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전통적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비판해왔다.

미치 매코널 전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미국의 우방들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의 공허한 장점은 오늘 판결 이전부터 명백했다"며 "관세는 주택 가격을 올리고 켄터키주의 중요 산업을 교란한다"고 밝혔다.

의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은 이 기회를 활용할 계획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새 관세는 여전히 국민의 비용을 올릴 것이고 구 관세만큼이나 미국 국민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공화당에 트럼프 대통령의 10% 글로벌 관세 부과를 막을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대법원이 무효화한 관세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환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매사추세츠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국민이 이 관세를 부담했고, 미국 국민이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의 중간선거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를 낮추는 데 실패했고 관세로 물가를 부채질했다고 공격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미국 중견기업들은 수입세를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전가하거나, 고용을 줄이거나, 낮은 이윤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관세를 흡수해야 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세대 간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젊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전략을 강력히 지지하며 전통적인 자유무역 대신 '미국 우선'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것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은 5일 대법원 판결을 비난하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로 만든 관세를 법제화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관세에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대법원 결정을 공개적으로 환영했다.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의회는 스스로 일어서서 어려운 표결을 하고 권한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컨 의원은 재선에 도전하지 않는다.

베이컨 의원은 앞으로 더 많은 공화당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와 소수의 다른 공화당 의원들은 이달 초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하원 표결을 이끌어냈다. 해당 조치가 통과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계획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에게 정치적 보복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