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유럽연합(EU)의 대규모 우크라이나 대출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은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원유 공급을 재개하지 않아 헝가리를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야르토 장관은 "우리는 이러한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지지하지 않으며, 비용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헝가리로의 원유 공급 재개를 차단하는 한,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에 중요하고 유리한 EU 결정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헝가리가 차단하겠다고 밝힌 대출은 EU가 지난해 12월 승인한 900억 유로(약 1,060억 달러) 규모의 무이자 대출이다. 이 대출은 향후 2년간 우크라이나의 군사 및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마련됐다.

러시아산 원유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공급은 지난 1월 27일 이후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가로지르는 드루즈바 송유관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EU 정책에서 임시 면제를 받은 국가들이다. 두 나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가 의도적으로 공급을 중단했다고 비난해왔다.

헝가리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 4주년을 이틀 앞두고 나왔다. 헝가리는 이틀 전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우크라이나로의 디젤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헝가리는 유럽 내 가장 친러 성향 국가로 꼽힌다. 유럽 대부분 국가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줄이거나 전면 중단했지만, 헝가리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공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려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러시아산 화석연료가 자국 경제에 필수불가결하며, 다른 곳에서 조달할 경우 즉각적인 경제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EU 내에서 크렘린의 최대 옹호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러시아 침공에 대한 EU의 제재 노력에 강력히 반대해왔으며,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을 타격하려는 시도를 비난해왔다. 헝가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EU 노력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수차례 위협해왔다.

900억 유로 규모의 우크라이나 대출 패키지에는 EU 27개국 전체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가 이 계획에 반대했지만, 이들이 대출을 차단하지 않는 대신 재정적 여파로부터 보호받기로 하는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