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생한 수십 년 만의 최악의 화재 피해 주민들에게 주택 소유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홍콩 관계자들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왕푹코트 아파트 7개 동의 소유자들이 정부에 소유권을 매각하고 현금을 받거나 정부 주택 정책에 따라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금 거래를 원하지 않는 주민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아파트로 직접 교환할 수 있다.

정부는 약 1700가구의 소유권 매입에 약 68억홍콩달러(약 1조18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공공자금이 약 40억홍콩달러(약 6900억원), 나머지는 구호 기금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보험 보상을 고려하면 공공자금 투입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마이클 웡 홍콩 재무차관은 "행정부는 7개 건물을 철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화재 현장에 주거용 건물을 재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재 현장이 공원이나 커뮤니티 시설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웡 차관은 "손상된 건물을 수리할 합리적이거나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주택 소유자들이 시장에서 구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말해 수년간 이들 주택에 투자한 자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3월에 주택 소유자들에게 연락해 올해 3분기에 대금을 지불할 계획이라고 웡 차관은 밝혔다. 아파트 교환 프로그램을 선택한 주민들은 9월부터 새 집을 고를 수 있다.

이번 제안은 피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뒤 나왔다. 웡 차관은 응답자의 74%가 정부에 소유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설문 응답자 중 약 9%는 화재 현장의 재개발만 수용하겠다고 답했으며, 이 경우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26일 발생한 화재는 168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타이포 교외 지역의 긴밀한 공동체를 산산조각 냈다. 당국은 유지보수 공사에 사용된 부실한 비계망과 폼보드가 화재를 빠르게 확산시켰다고 밝혔다. 일부 관련자들이 체포됐지만 독립위원회는 여전히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 발생 후 3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도 왕푹코트의 이전 거주자들은 언제 다시 집이라 부를 곳을 찾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정부는 주택 소유자들이 단기 숙소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임대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여러 지역에 흩어진 임시 거처에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