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정부가 이미 징수한 1330억 달러(약 190조 원)의 환급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AP통신은 5일(현지시간) 대법원이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를 무효화했지만 이미 징수된 세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6대 3 의견으로 트럼프가 긴급권한법을 이용해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 3명 중 2명도 다수 의견에 합류했다.

이번 판결 대상은 트럼프가 지난해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해 거의 모든 국가에 부과한 두 자릿수 관세다. 대법원은 이 법이 대통령에게 수입품 과세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이는 의회 소관이라고 밝혔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12월 중순까지 IEEPA 관세로 1330억 달러를 징수했다. 하지만 관세 부담을 전가받아 높은 가격을 지불한 소비자들이 환급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며, 환급은 주로 수입업체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법원이 정부가 수입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십억 달러를 어떻게 환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 동조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지난해 11월 공판에서 사용한 표현을 빌려 "환급 과정은 '엉망진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2년 동안 소송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결국 향후 5년간 법정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관세에 반대 표결한 일부 대법관들에 대해 "절대적으로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로펌 빈슨앤엘킨스의 조이스 아데투투 변호사는 "관련 금액이 상당하다"며 "법원도 힘들 것이고 수입업체들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법원이 트럼프 관세를 얼마나 단호하게 기각했는지를 고려하면 어떤 형태로든 환급 방안이 마련되지 않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펌 클라크힐의 고객 안내문에 따르면 환급 절차는 세관국경보호청과 뉴욕의 국제무역법원, 기타 하급법원들이 혼합된 형태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로펌 도시앤휘트니의 데이브 타운센드 변호사는 세관이 수입업체들이 오류를 입증할 수 있을 때 관세를 환급하는 기존 절차를 확대해 IEEPA 관세 환급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법원이 수출품에 대한 항만유지비를 위헌으로 판결하고 수출업체들이 환급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선례가 있다.

하지만 법원과 세관이 수천 개 수입업체와 수백억 달러라는 규모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은 전례가 없다.

로펌 브라이언케이브레이턴페이즈너의 알렉시스 얼리 변호사는 "절차가 복잡하다고 해서 정부가 불법적으로 징수한 비용을 보유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킹앤스폴딩의 라이언 마제러스 변호사는 정부가 특별 웹사이트를 개설해 수입업체들이 환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데투투 변호사는 "정부는 수입업체들에게 이를 최대한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가능한 한 많은 책임을 수입업체에게 떠넘기는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수입업체들에게 법원을 통해 환급을 청구하도록 강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트코와 레블론, 범블비푸드 등 여러 기업은 대법원 판결 전에 이미 환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추가 법적 분쟁도 예상된다. 제조업체들이 관세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재 가격을 인상한 공급업체들에게 주어지는 환급금의 일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리 변호사는 "여러 관할권에서 수년간 지속되는 소송을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환급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들이 지불한 높은 가격을 특정 관세 탓으로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대립해온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자신의 주 511만 가구를 대표해 환급을 요구했다. 프리츠커는 트럼프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세로 인해 일리노이 가구당 1700달러, 총 87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며 지불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네바다주 재무장관 잭 코닌도 금요일 관세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연방정부에 21억 달러의 지불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코닌은 성명에서 "네바다주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트럼프 행정부가 네바다 가정으로부터 가져간 모든 달러를 회수하려고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IEEPA 관세 종료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관세 환급은 다른 세금 환급처럼 소비와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국가는 여전히 특정 부문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세에 직면해 있으며, 트럼프는 다른 방안을 사용해 IEEPA 관세를 대체할 계획이다. TD시큐리티즈는 환급이 이루어지더라도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