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연방대법원 대법관들을 포함한 6명의 대법관이 글로벌 관세 정책을 무효화하자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한 글로벌 관세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6대3으로 내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성한 다수 의견에는 트럼프가 임명한 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바렛 대법관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이 나온 지 수 시간 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대법원의 관세 판결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법관들이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할 용기가 없어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임명한 3명 대법관에 대해서는 예상했다면서도 "그들의 충성심만큼은 인정한다"며 "우리 사람들 중 일부와는 다르다"고 비꼬았다.
그는 고서치·바렛 대법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솔직히 말하면 그 두 사람은 가족에게도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직접 비난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이는 법원의 명백하고 단순한 무법행위"라고 대통령의 비판에 동조했다. 밴스의 아내 우샤는 과거 로버츠 대법원장의 로클럭(법률 조수)을 지낸 바 있다.
이번 관세 정책에 대한 법적 반대는 정치적 노선을 넘어섰다. 자유주의 성향의 리버티 정의센터가 핵심 소송을 제기했고, 상공회의소 같은 친기업 단체들이 지지했다.
트럼프는 2017년 첫 임기 시작 이후 대법원과 엇갈린 관계를 유지해왔다. 다만 2024년에는 대통령 면책특권 판결로 2020년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에 대한 기소를 막는 큰 승리를 거뒀다.
두 번째 임기 첫해에는 이민 단속과 핵심 정책의 주요 부분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항소에서 거듭 승소했다.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 역사는 길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사법심사 개념을 확립한 마버리 대 매디슨 판결에 비판적이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한 판결들에 좌절해 대법원 확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선거 독립 지출의 문호를 연 시민연합 판결을 국정연설에서 비판했다. 이후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은 연례 연설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에드 윌런 윤리공공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반대표를 던진 대법관들을 공격한 방식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윌런은 이메일에서 "대통령이 불리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전혀 문제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표를 던진 대법관들이 용기가 없어서 그랬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동적"이라고 밝혔다.
일부 대통령들은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이 내린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 이후 얼 워런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고 전기 작가 스티븐 E. 앰브로스는 전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반독점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낸 올리버 웬델 홈스 대법관에 대해 "바나나로 저것보다 더 배짱 있는 판사를 조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들은 사적으로 전달됐을 뿐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생중계되는 대통령 공개 석상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는 로버츠 대법원장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로버츠는 연방판사들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에 대해 두 차례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트럼프는 금요일 로버츠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법관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려고" 하고 "워싱턴DC의 특정 집단에 영합한다"며 대법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출마 전 2012년 로버츠가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는 표를 던졌을 때도 비슷한 언어를 사용해 비판했다.
시민연합 판결 이후와 비슷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법복을 입은 일부 대법관들은 화요일 국정연설 때 같은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과거 하원에서 열린 대통령 연설 중 졸았으며 캘리포니아산 좋은 와인 때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요일 밤에는 어떤 대법관도 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