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권한을 근거로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를 무효화했다.

연방대법원은 12일(현지시간) 6대 3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 자신에게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회만이 관세를 부과하고 징수할 권한을 갖는다고 판시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성한 판결문은 "헌법 제정자들은 과세권의 고유한 중요성을 인식했으며, 이 권한에는 관세 부과 권한이 '매우 명확하게'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판결문은 의회의 과세권을 모호한 언어로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의 '규제'와 '수입'이라는 단어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한다는 주장을 기각했다.

"과세권의 고유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표 없는 과세'에 의해 촉발된 혁명을 막 치른 헌법 제정자들은 의회에만 국민의 주머니에 접근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판결문은 밝혔다.

대법원은 또한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이 "의회의 거부권 행사 다수결로만 제한될 수 있는" 특별한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한다는 행정부 주장도 기각했다.

"이러한 견해가 인정된다면 대통령의 관세 정책 권한이 '혁신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판결문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의회가 '재정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하고 재량적인 관세 설정 권한을 이양하려면 일반적이거나 모호한 용어가 아니라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적 언어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의회가 관세 권한을 위임할 때는 명시적인 용어로 엄격한 제한을 두고 해왔다"고 판결문은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가을 대법원에 항소했다. 앞서 두 하급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이른바 상호관세를 포함해 관세를 부과하면서 의회의 헌법적 권한을 우회했다며 권한을 초과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와 캐나다·중국·멕시코로부터의 펜타닐 밀거래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무역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법원에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대법원은 신속 심리에 동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발표하고 8월 확정한 관세에 이의를 제기한 3건의 소송을 통합했다.

소송 원고에는 7개 기업과 12개 주가 포함됐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중대한 법적 타격을 입힌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