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인 포괄적 관세 부과를 불법으로 판단했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법원은 이날 6대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권한법을 활용해 거의 모든 국가에 부과한 관세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그 어떤 대통령도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서 이런 권한을 찾아낸 적이 없다는 사실은 그런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역사적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법은 관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IEEPA는 이란 인질 사태 당시 처음 사용된 이래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 시 자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이 관세를 포함한 조세 부과 권한을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매우 명확하게"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지명한 대법관 3명 중 2명이 다수 의견에 동참했다.

새뮤얼 알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캐버노 대법관은 "여기서 문제가 된 관세가 현명한 정책인지 아닌지는 별개다. 그러나 문구와 역사, 판례의 문제로 볼 때 명백히 합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 IEEPA를 근거로 미국의 3대 교역국인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다. 불법 이민과 펜타닐 등 마약 밀매를 국가 비상사태로 선포해 관세를 정당화했다.

이어 지난 4월 '해방의 날'로 명명한 날 수십개국 상품에 최대 50%의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거의 모든 국가에 기본 10% 관세를 적용했다.

또 브라질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를 이유로, 인도에는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이유로 각각 높은 수입세를 부과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모든 관세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다른 법적 근거로 부과한 관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국의 대부분 교역국은 여전히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구리, 목재, 주방 캐비닛, 욕실 화장대, 실내장식 가구 등 특정 부문에 높은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재무부는 지난 12월 기준 대통령이 긴급권한법으로 부과한 수입세로 1330억 달러 이상을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법원은 관세를 납부한 기업과 개인이 환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다루지 않았다. 창고형 할인매장 체인 코스트코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이미 하급 법원에 환급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관세 철폐 소송을 벌인 중소기업 단체 '위 페이 더 태리프스(We Pay the Tariffs)'는 이번 판결을 "엄청난 승리"라고 환영했다.

댄 앤서니 단체 대표는 "기업들은 문을 열어두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다"며 "이들은 고용을 동결하고 확장 계획을 취소했으며 예산이나 사업 계획에 없던 관세 청구서를 내기 위해 평생 저축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아직 이번 판결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