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가 공직비리 혐의로 체포돼 11시간 가량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은 5일에도 앤드루의 전 거주지인 로열 로지에 대한 수색을 계속했다. 윈저성 부지 내에 위치한 30개 객실 규모의 이 저택에 대한 수색은 계속되고 있는 반면, 런던 북쪽 185㎞ 떨어진 샌드링엄 사유지 내 새 거주지에 대한 수색은 이미 완료됐다.

앤드루는 작고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교류 과정에서 영국 무역사절로 재직 중 기밀 무역 정보를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앤드루는 홍콩과 베트남, 싱가포르 공식 방문 보고서를 엡스타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1월 작성된 한 이메일은 앤드루가 받은 지 5분 만에 엡스타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몇 주 뒤 작성된 또 다른 이메일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재건 투자 기회에 관한 기밀 브리핑을 엡스타인에게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템스밸리 경찰은 4일 오전 8시 앤드루의 66세 생일날 그를 체포해 인근 경찰서로 연행했다. 앤드루는 이날 저녁 석방됐지만 여전히 수사 대상으로 남아있어 기소도, 무혐의 처분도 받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직비리 혐의는 입증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호지 존스&앨런의 숀 콜필드 변호사는 "우선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가 공직자라는 직함에 해당하는 정부 내 역할을 맡고 있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명확하게 판단할 표준 정의가 없다"고 말했다.

최종 기소 여부는 검찰총장실(CPS)이 결정하게 된다. 그로스브너 법률의 앤드루 길모어 변호사는 "검사들은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 판결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2단계 테스트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는 약 400년 전 찰스 1세 이후 처음으로 체포된 왕족이다. 당시 찰스 1세의 체포는 내전과 참수, 왕정의 일시적 폐지로 이어졌다.

앤드루의 체포는 100년 전 윈저 왕가가 수립된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로 평가된다. 1936년 에드워드 8세의 퇴위와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만이 이에 비견될 만한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찰스 3세는 4일 성명을 통해 "법이 그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이 과정이 계속되는 동안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수사는 버지니아 지우프레가 제기한 혐의와는 별개다. 지우프레는 2001년 17세 때 영국으로 인신매매돼 앤드루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지우프레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우프레의 처제 아만다 로버츠는 새벽 3시 체포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지우프레에게 우리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그녀가 했던 모든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말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덧붙였다.

앤드루는 엡스타인과의 교류에서 어떠한 잘못도 없었다고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엡스타인은 2019년 뉴욕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앤드루는 지난해 10월 형인 찰스 3세로부터 모든 칭호와 영예를 박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