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국내 상장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환경과 사회 등급이 높을수록 오히려 단기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준·유복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이코노미스트는 2일 발간한 '한국 제조기업의 ES 활동과 노동생산성'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2015~2023년 상장기업 4,138개 관측치를 분석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제공한 환경·사회 등급 및 점수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노동생산성은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환경·사회 등급과 점수 모두 노동생산성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음의 관계를 보였다. ESG 종합등급이나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개별적으로 분석한 경우에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났다.
특히 환경 등급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장 컸다. 사회 등급은 약한 음의 관계를 보였고, 지배구조 등급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환경·사회 활동이 생산성을 낮추는 경로로 비용 부담을 지목했다. 환경·사회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총영업비용률(매출 대비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합계)이 높게 나타났다.
세부 항목별로는 환경 부문에서 운영·관리 및 이해관계자 참여 활동이 노동생산성과 음의 관계를 보였다. 친환경 생산,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관리 등이 조정 및 관리 비용을 증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사회 부문의 지역사회 참여는 노동생산성과 양의 관계를 나타냈다. 지역사회 기여와 소통 활동이 신뢰·평판·관계자본을 형성해 생산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특성별로는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높은 기업에서 환경·사회 활동의 부정적 효과가 약화됐다. 재무 여력이 있는 기업이 환경·사회 활동 비용 부담을 상대적으로 잘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별로는 제지, 1차금속, 금속가공, 전자부품, 가구 산업에서 환경·사회 등급과 노동생산성 간 음의 관계가 뚜렷했다. 제지 산업의 경우 환경·사회 등급 1단계 상승 시 노동생산성이 약 25.8%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주요 수출산업과 고배출산업에서는 유의미한 음의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들 산업은 이미 환경규제에 적응했거나 자본·기술집약도가 높아 완충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환경·사회 활동은 단기 생산성 개선 도구가 아니라 장기 가치창출과 위험관리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총합 점수뿐 아니라 비용구조, 활동 유형, 기업 및 산업 특성을 함께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요 수출산업에서 유의적 악영향이 없다는 점은 환경·사회 활동 강화가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워킹페이퍼 2026-6호로 발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