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추진 중인 원자력 협정에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이 일부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핵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군축협회가 5일(현지시간) 이같이 경고했다.
미국 의회 문서와 군축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사우디와의 원자력 협정은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 활동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란과 미국 간 핵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 지역의 핵무기 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소재 군축협회의 켈시 대번포트 비확산정책국장은 "원자력 협력은 비확산 규범을 지지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메커니즘이 될 수 있지만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문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와의 원자력 협력 협정이 제기하는 확산 위험이나 이 협정이 남길 선례를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이 입수한 의회 문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를 포함해 전 세계 국가들과 20건의 원자력 사업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와의 계약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서는 사우디와의 협정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시킬 것"이라며 "무행동과 우유부단한 정책의 실패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프랑스, 러시아, 한국 등이 현재 원전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주요 국가들이다.
협정 초안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안전조치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는 "잠재적 원자력 협력의 가장 확산에 민감한 영역"에 대한 감독을 포함한다. 우라늄 농축, 연료 제조, 재처리가 잠재적 협력 분야로 거론됐다.
대번포트 국장은 "양자 안전조치 협정이 체결되면 사우디가 우라늄 농축 기술이나 능력을 획득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한과 한계가 있더라도 사우디가 어떤 형태의 우라늄 농축이나 농축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우라늄 농축이 자동으로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기화의 문을 여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촉발시킨 요인이기도 하다.
사우디의 이웃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과 이른바 '123 협정'을 체결해 한국의 지원을 받아 바라카 원전을 건설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는 농축 활동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비확산 전문가들은 이를 원자력 발전을 원하는 국가들의 "골드 스탠다드"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우리도 핵무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사우디와 핵무장 국가인 파키스탄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당시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필요하다면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사우디에 "이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동 유일의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이란은 자국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평화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방과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이 2003년까지 조직적인 군사 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테헤란은 또한 우라늄을 최대 60% 순도까지 농축해왔으며, 이는 무기급 농축도인 90%에서 한 걸음 떨어진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군사 행동을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사우디 측은 AP통신의 질의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