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및 보건 규제 철회 조치가 미국 내 소수계와 빈곤층 지역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달 온실가스를 공중 보건 위협 요소로 규정한 '위험 인정(endangerment finding)' 조치를 뒤집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이 결정으로 미국인들의 질병과 사망률이 증가할 것이며, 특히 소수계와 빈곤층 커뮤니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인근 약 48㎞(30마일) 지점에 위치한 세인트존더뱁티스트 패리시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에는 약 170개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해 있으며, 대기오염과 암 발병률이 극도로 높아 '암 골목(Cancer Alley)'으로 불린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게리 C. 왓슨 주니어는 "이 지역 성인 대부분이 한 달에 2~3번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암에서 살아남았지만 최근 몇 년간 최소 5명의 친척이 암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환경정의단체 '라이즈 세인트제임스 루이지애나' 소속인 왓슨은 "이러한 보호 조치가 없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위험 인정 철회는 배출량을 증가시켜 주의 허리케인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산업과 경제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칭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 보건 및 환경단체 연합은 EPA의 철회 조치에 대해 "불법적이고 해롭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늘어나는 증거들은 빈곤층과 흑인, 라티노 및 기타 소수 인종 집단이 백인보다 대기오염과 기후로 인한 홍수, 허리케인, 극심한 더위 등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회복할 수 있는 자원이 적기 때문이다.
EPA는 2021년 보고서에서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이 보고서는 현재 EPA 웹사이트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환경보건 담당 수석부사장이자 전 EPA 환경정의국 부국장인 매튜 테하다는 "이번 철회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과중한 부담을 지는 커뮤니티, 즉 일반적으로 유색인종 커뮤니티, 원주민 커뮤니티, 저소득 커뮤니티가 이러한 조치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스패닉액세스재단의 기후프로그램 책임자 힐다 베르간자는 "최전선에 있는 커뮤니티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라티노 인구는 우리가 사는 곳, 일하는 곳 때문에 다른 커뮤니티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4천600만 명 이상이 유정, 발전소, 정유시설 등 에너지 공급 인프라 시설로부터 1.6㎞(1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이 연구는 "지속적으로 소외된" 소수 인종 집단이 이러한 시설 인근에 거주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라티노의 노출도가 가장 높았다.
EPA는 2021년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가 섭씨 2도(화씨 3.6도) 상승할 경우 흑인이 극심한 더위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게 예상되는 지역에 거주할 확률이 40% 더 높다고 추정했다. 농업과 건설 등 야외 산업에서 과다 대표되는 라티노는 더위로 인한 노동시간 손실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거주할 확률이 43% 더 높았다.
UCLA 라티노정책정치연구소의 선임연구분석가 줄리아 실버는 자신의 연구에서 캘리포니아 라티노 커뮤니티가 비라티노 백인 동네보다 연간 23일 더 많은 극심한 더위를 경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팀은 또한 이러한 지역의 대기질이 약 2배 더 나쁘고, 천식 관련 응급실 방문이 2배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라티노 어린이는 일관된 의료 접근성 부족 등으로 백인 어린이보다 천식으로 사망할 확률이 40% 더 높다.
실버는 "연방 차원에서 이와 같은 철회로 우리가 위험에 처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소외 집단의 인간 건강과 복지"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랫동안 목회 활동을 해온 아르만도 카르피오 목사는 대부분 라티노인 교구민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직접 목격했다. 많은 이들이 건설 노동자와 정원사로 야외에서 일하며 종종 극심한 더위에 노출된다. 다른 이들은 오염을 배출하는 고속도로 인근에서 살고 일한다. 그는 천식을 앓는 어린이들과 치매 노인들을 보는데, 둘 다 대기오염 노출과 관련이 있다.
카르피오는 "우리는 후퇴하고 있다"며 "몇 년 전으로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이 정말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의 철회로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얼마나 더 영향을 받을지 정량화하기는 어렵지만, 통신과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모두 그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대학교 교수이자 비영리단체 '커뮤니티 역량강화를 위한 참여·환경정의·보건센터'의 사무총장인 사코비 윌슨은 "유색인종 커뮤니티에서 기후 영향과 공동 오염물질과 관련된 건강 영향과 관련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초과 이환율과 사망률 증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스 딥사우스 환경정의센터 설립자인 베벌리 라이트는 암 골목에 있던 최소 4개의 흑인 커뮤니티가 산업시설 확장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철회가 더 많은 오염, 더 높은 암 발병률, 더 극심한 날씨, 더 많은 역사적 커뮤니티의 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는 "이것은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하고 있으며, 우리 커뮤니티는 이제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