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가 유럽 3개국이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별도의 전투기 2종을 개발하는 방안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고객들이 요청한다면 2종 전투기 솔루션을 지원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차원에서 이 같은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리 CEO는 "하지만 단일 축의 교착 상태가 우리의 집단 방위를 강화할 이 첨단 유럽 역량의 전체 미래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프로그램은 2017년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와 독일·스페인이 운용하는 유로파이터를 대체하기 위해 시작됐다. 3개국이 공동 개발하는 이 사업은 프랑스 다쏘와 독일·스페인을 대표하는 에어버스 간 이견이 지속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9일 독일이 프랑스와 같은 종류의 전투기가 필요하지 않다며 사업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독일 산업계와 일부 정치인들은 다쏘가 합의 내용을 수정하고 항공기 부문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 한다는 의혹에 반발해왔다. 지난해 9월 에릭 트라피에 다쏘항공 대표는 자사가 미래 유럽 전투기를 단독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라피에 대표는 당시 "독일인들이 불평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들이 스스로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놔두겠다"고 말했다.

포리 CEO는 20일 에어버스가 이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타당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축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차세대 전투기 부문에서는 리더십과 협력의 의미에 대한 파트너 간 거버넌스 기대치 차이와 관련된 교착 상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동 드론 편대와 디지털 클라우드 통신 시스템 등 FCAS의 다른 부문들은 "순조롭게 진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리 CEO는 2종 전투기 솔루션이 가능하다면 다른 파트너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산업계 소식통은 에어버스 경영진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스웨덴 항공방위업체 사브(Saab)와의 협력 가능성을 제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신형 전투기와 첨단 기술 개발에 1천억유로(약 118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FCAS 사업 무산은 러시아 위협과 미국의 안보 공약 의구심 속에서 긴밀한 방위 협력을 보여주려는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광범위한 노력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실은 19일 마크롱 대통령이 "FCAS 사업 성공에 전념하고 있다"며 유럽이 "단결과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기"에 이견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유럽 소식통은 이번 주 AFP통신에 "마크롱 대통령만이 여전히 이 사업을 믿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20일 유럽 전투기 개발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국방부는 AF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2019년 서명된 기본협정에서 국가들(독일·프랑스·스페인)이 수립한 원칙에 기반해 프로그램에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방위 전문가 제롬 레인은 FCAS 프로그램이 전투기를 "넘어서며" 군대 간 상호운용성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FP통신에 "하지만 우리는 수십억달러의 개발 비용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여러 전투기를 개발할 만큼 충분한 자금이 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