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자력청장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 속에서도 핵 농축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현지 매체에 공개된 영상에서 모하마드 에슬라미 원자력청장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나라도 이란이 평화적으로 이 기술을 활용할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카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이란에 대한 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많은 이유와 근거가 있다"라며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하는 것이 매우 현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수차례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위협해 왔다. 지난달 시위대 유혈 진압에 이어 최근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이유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영국의 인도양 차고스제도 주권 포기에 반대하며,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고도로 불안정하고 위험한 정권의 잠재적 공격을 근절하기 위해"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CNN과 CBS는 19일 미군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피해를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군사 옵션들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전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이 신문에 "정권 전복을 대상으로 수십 명의 이란 정치·군사 지도자를 살해하는 작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과 미국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오만 중재로 2차 간접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압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장관은 테헤란과 워싱턴이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이 아직 미국의 모든 레드라인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9일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들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고, 우리를 모욕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머리를 숙이라고 요구한다면,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며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워싱턴이 "어떤 식으로든" 테헤란의 핵무기 획득을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폴란드는 20일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 전원에게 "즉시 출국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오만 중재 협상은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며, 테헤란은 자국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는 미국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협상을 핵 문제로 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무장단체 지원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 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란 인근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위성 영상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과 약 80대의 항공기가 이란 해안에서 약 700㎞ 떨어진 곳에 배치되었으며, 워싱턴은 두 번째 항공모함의 역내 파견을 명령했다.
이란도 자체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 주 초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란 정치인들은 석유와 가스의 주요 수송로인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해 왔다.
이와 별도로 이란과 러시아 해군은 20일 오만해와 북인도양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