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언스트앤영)가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적극 활용하는 조직을 운영하며 기업 내 다양성 확대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 EY 재팬은 2022년 6월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전담 부서 'Diverse Abilities Center(DAC)'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DAC는 현재 45명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20명이 정규직이다. 이와 별도로 DAC 출신으로 다른 부서에 배치된 정규직도 5명에 달한다.
가토 요시히사 EY 재팬 경영기획 이사(46)는 "DAC에서 연봉 1천만 엔(약 9천만원)을 버는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항상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DAC 디자이너가 타사로 헤드헌팅된 사례도 나왔고, 1천만 엔 연봉 인재 탄생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가토 이사는 5년 전인 2021년 DAC 설립을 구상했다. 당시 발달장애인이 능력을 발휘하며 장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구조는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DAC는 2022년 6월 22명으로 시작했지만, 초기 3개월간 업무 발주가 전혀 없었다. 가토 이사가 사내 영업에 나섰지만, 단순 작업을 제외하고는 반응이 없었다.
가토 이사는 "DAC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른 부서 사람들은 처음엔 이미지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략을 바꿔 DAC 구성원들이 실제 제작한 성과물인 일러스트와 데이터 분석 자료 등을 보여주며 "이런 것, 저런 것을 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어필했다. 그러자 업무 주문이 잇달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토 이사는 "성과물을 보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며 "한 번 발주한 부서에서는 반복적으로 업무 의뢰가 온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토 이사가 신경 쓰는 부분은 사내 영업이 아니라 오히려 주문을 억제해 DAC 구성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업무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디자인 업무는 3~4개월 앞까지 주문이 들어와 있다. 출퇴근이 어려워 전면 재택으로 디자인 업무를 하는 DAC 소속 30대 여성은 "바빠지고 있지만, 일러스트나 동영상 제작 성과가 인정받는 것은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가토 이사는 '뉴로다이버시티(신경 다양성)' 개념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뉴로다이버시티란 개인의 다양한 특성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사회에 활용하자는 개념이다.
가토 이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에 배려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기업 내 각종 리더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일"이라며 "생각해보면 나는 DAC에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DAC 구성원을 늘릴 예정인 가토 이사는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DAC 구성원의 특징으로 모두 열심히 공부한다"며 "디자인팀은 새롭게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 제작에 도전하는 등 스킬을 자발적으로 익히고, 리서치팀은 구성원끼리 부기 2급 공부를 시작하는 등 새 지식 습득에 탐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정을 잊기 쉽거나 청각 정보 취득이 어려운 사람도 있다. 가토 이사는 "이 부분은 AI의 일정 알림 리마인더 기능이나 회의 발언을 문자로 변환해 요약하는 기능 등을 잘 활용하면 개선할 수 있다"며 "AI는 DAC 구성원이 활약하는 환경을 더욱 갖춰줄 강력한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분석 리포트 등을 작성하는 DAC 소속 20대 남성은 "처음 직장이지만 여러 가지에 도전할 수 있는 곳"이라며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장래엔 부기 자격증을 따서 EY 재팬 감사 부문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가토 이사가 그리는 DAC의 궁극적 이상은 발달장애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DAC라는 조직이 그 역할을 마치고 불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는 "DAC라는 부서가 없어도 구성원들이 EY 재팬 내에서 보통으로 활약하는 것이 DAC를 만든 내가 추구하는 이상"이라며 "남성인지 여성인지, 일본인인지 외국인인지, 장애인인지 아닌지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부당하게 사람을 나누는 한 많은 다양성 과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테고리가 아닌 개개인의 '사람'을 보고 서로 존중하며 각자의 특성을 살리는 그런 EY 재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에서는 개정 장애인 차별 해소법이 2024년 4월 1일부터 장애인에 대한 '합리적 배려 제공'을 사업자에게 의무화하면서, 발달장애인 채용을 검토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EY 재팬 측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