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미국과 상호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동남아 통상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평화위원회 첫 회의 참석 중 무역협정에 서명했다고 미 AP통신이 보도했다.

협정 세부 내용은 즉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양국은 지난해 여름 기본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당시 합의에 따르면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은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19%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와 동일한 세율이다.

양국 기업들은 이번 주 총 384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11건 거래에도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미국산 대두·옥수수·면화·밀 구매, 핵심 광물 협력, 유전 복구, 반도체 합작 투자 등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27일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수개월간 매우 집중적으로 협상했으며 많은 현안에서 확고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훌륭한 거래"라며 "이번 협정은 양국의 경제 안보 강화와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지속적으로 글로벌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이번 주 미국산 대두 100만 톤, 옥수수 160만 톤, 면화 9만3000톤 구매에 합의했다. 또한 2030년까지 최대 500만 톤의 미국산 밀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양국은 핵심 광물 협력에도 합의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워싱턴은 인도네시아에 핵심 광물 수출 제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 제조업체를 공급망 혼란으로부터 보호하고 전투기에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필수 요소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한다는 입장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인도네시아가 강대국 간 "가교" 역할과 "정직한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중 경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협정 체결 당일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의 지도자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회의에서 가자지구 국제 안정화 부대에 8000명 또는 "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인도네시아는 트럼프의 가자 전후 재건 계획의 핵심 요소에 확고한 의지를 보인 첫 국가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회의에서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대통령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거대한 국가를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보워 대통령도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진정한 평화라는 비전이 달성될 것이라고 매우 낙관한다"며 "문제는 있겠지만 우리는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캄보디아와 베트남도 평화위원회에 합류한 동남아 국가들이다. 가자 휴전 감독을 위해 구상됐지만 다른 글로벌 분쟁 중재로 야망을 확대한 이 위원회의 첫 회의에 양국 지도자도 워싱턴을 방문했다. 캄보디아는 이미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베트남은 기본 합의에 도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회의에서 베트남을 "국가로서나 세력으로서 놀라운 나라"라고 평가하며 또람 서기장에게 "함께하게 돼 정말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람 서기장의 미국 방문은 지난달 베트남 집권 공산당 수장으로 재선된 이후 첫 해외 순방이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지도자들은 이데올로기적 유대와 베트남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의 위상을 고려해 중국을 먼저 방문한다. 또람 서기장도 2024년 8월 첫 임기 중 미국 방문 전 중국을 먼저 방문한 바 있다.

분석가들은 이번에 베이징보다 미국을 먼저 방문한 것은 순서상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지적한다. 하노이는 자국 외교 정책을 강대국 간 독립적이고 균형 잡힌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베트남과 미국의 무역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 수출품에 20% 관세를 부과한 이후 진행 중이다. 최근 6차 협상은 2월 초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