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가 공공주택 거주를 시민권자로 제한하는 규정을 제안하면서 수만 명이 퇴거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HUD는 16일 현지시간 연방관보에 공공주택 및 HUD 관련 주거지원을 시민권자와 적격 비시민권자로 제한하는 규정안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안은 HUD 지원 주택의 모든 거주자가 시민권 또는 적격 신분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이전에는 나이 증명만 하면 됐던 62세 이상 고령자도 예외 없이 시민권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 조치는 일부 가족 구성원만 지원 자격이 있는 혼합신분 가족을 사실상 주택 지원에서 배제한다. 정부의 이민단속 강화 정책의 일환이다.
유사한 규정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제안됐지만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보수진영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에서도 정책 우선순위로 언급됐다.
스콧 터너 HUD 장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불법체류자와 부적격자, 사기꾼들이 시스템을 악용하고 미국 납세자의 뒤에 숨어 혜택을 누리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HUD의 규정안은 HUD 지원 주택의 모든 거주자가 적격 세입자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십 년 된 허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방치하면서 성실한 미국 시민을 밀어내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제안된 규정은 17일 연방관보 게재와 함께 공식화될 예정이다. HUD는 규정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주택 옹호 단체들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전미주택법프로젝트(National Housing Law Project)의 셰이머스 롤러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우리나라는 출신지나 사용 언어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안전한 주거지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민자 가족을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 모두 HUD 주택에서 퇴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는 수십 년간 유지된 규정을 뒤집는 자격요건 변경으로 최대 2만 가구 또는 8만 명이 지원을 잃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규정의 영향은 적절한 서류 제출에 어려움을 겪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다.
약 380만 명의 성인 시민권자가 시민권을 증명할 어떤 형태의 서류도 갖고 있지 않다. 또 다른 1천750만 명은 서류를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의 소냐 아코스타 선임정책분석가는 "이민자인 이웃과 친구, 동료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적정가격 주택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규정은 혼합 이민 신분을 가진 2만 가구에게 매달 임대료를 내도록 돕는 지원을 잃거나 가족과 헤어지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류상 이민 신분이 없는 사람들은 결코 임대 지원 자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