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최대 노조가 5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노동법 개편안에 반대하는 전국 총파업에 나섰다.

은행과 공립학교가 문을 닫았고 버스와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항공사들은 수백 편의 항공편을 취소했으며 공립병원들은 응급 수술을 제외한 모든 수술을 연기했다.

아르헨티나 상원이 지난주 노동개혁법안을 1차 통과시킨 지 일주일 만에 하원이 5일 이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운송·건설·식품 서비스 등 주요 산업 노동자들이 참여한 이번 총파업은 밀레이 정부 하에서 불균등한 경제 회복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밀레이 정부는 한때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국가에 재정 안정을 가져왔다. 하지만 완고한 실업률과 정체된 임금, 더딘 성장 문제 해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밀레이는 반세기 된 아르헨티나 노동법 개혁을 외국인 투자 유치와 생산성 증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전체 노동자의 약 40%가 비공식 부문에 고용돼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이 법안이 전통적으로 높았던 퇴직금 축소, 파업권 제한, 기업의 해고 요건 완화, 12시간 근무제 허용 등을 통해 오랫동안 유지돼 온 노동자 보호 장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 노조 조직인 노동총연맹(CGT)의 지도자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안 헤로니모는 파업 발표 기자회견에서 "노동개혁 법안은 전적으로 퇴행적"이라며 "노동자 권리 제한만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격렬한 노조의 반발은 과거 정부가 라틴아메리카에서 기업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구시대적 노동법을 개편하려던 시도들을 좌절시킨 바 있다.

노동개혁안의 운명은 밀레이의 자유주의 정당인 '자유전진당'이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밀레이의 정치적 입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당시 선거에서 밀레이는 주요 동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파업은 밀레이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트럼프의 평화위원회 창립 회의에 참석 중인 시기에 발생해 그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다.

노동개혁안이 5일 심의를 거쳐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법으로 발효되기 전에 다음 주 상원으로 다시 보내져 최종 표결을 거쳐야 한다.

업무와 무관한 부상이나 질병으로 휴가 중인 노동자의 급여를 절반으로 삭감하는 조항이 막판에 추가되면서 야당 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정부는 지난주 상원을 통과한 법안에 수정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노조 추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1천300만 등록 노동자 중 약 40%가 노조에 소속돼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수십 년간 정치 무대를 지배하고 이전 정부를 이끌었던 노동 중심의 포퓰리즘 운동인 '페론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