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기후 규제의 법적 근거가 폐기되면서 에너지 투자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한 반면, 청정에너지 기술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이른바 '위험성 인정 결정(Endangerment Finding)'을 폐기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연방 규제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이 조치는 오염 기준을 관리하고 청정에너지 기술 도입을 촉진하던 여러 규정들을 무력화시켰다.

법적 이의 제기가 예상되면서 각 부문에 미칠 단기 영향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규제 당국과 전력회사, 기업, 지역사회 모두 향후 규제 공백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심하고 있다.

화석연료 추출과 유통, 발전 관련 기업들은 규제 완화 환경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과 가스 발전 비중이 높은 전력회사들은 규제 준수 비용과 규제 리스크가 크게 감소하면서 초기 수혜주로 지목됐다.

투자자들은 규제 폐기 소식 이후 해당 부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EP)와 듀크 에너지, NRG 등의 주가는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던컴퍼니를 비롯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전력 시스템도 이 소식 이후 상승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전력망의 상승 잠재력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베이커휴스와 리버티 에너지 같은 석유·가스 서비스 부문 관련주들도 상승했다. 미국 최대 석탄 채굴업체인 피바디 에너지의 주가도 올랐다.

반면 청정에너지 기술과 전기차 충전망, 첨단 에너지 저장 분야 관련주들은 규제 폐기 소식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연방 정부 주도의 청정 전력 전환 동력이 약화되면서다.

덴마크 해상 풍력 터빈 제조업체 베스타스의 주가는 규제 폐기 직후 새로운 압박을 받았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해상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고체 배터리 제조업체 퀀텀스케이프의 주가도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이번 규제 전환으로 미국 내 전기차 보급이 더욱 지연될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 EVgo도 타격을 받았다. 주가는 규제 폐기 소식 직후 2024년 중반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리드 관리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전문 기업들도 최근 타격을 입었다. 에너지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에서 전통 에너지 공급업체로 투자 심리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청정에너지 자산 운영을 돕는 AI 기반 기업 STEM과 전력회사가 그리드 전력 흐름을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센서 제조업체 아이트론의 주가도 규제 폐기 소식 직후 하락했다.

규제 폐기 이후 미국 에너지 부문의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바뀌었지만, 전통 화석연료 기업이 청정에너지 기업보다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화석연료 기반 전력회사들이 직면한 주요 잠재 위험은 배출로 인한 이른바 '공공 폐해(public nuisance)' 소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전 연방 오염 규제의 부작용 중 하나는 법원이 아닌 환경보호청(EPA)이 오염 규제를 담당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 EPA가 그 감독을 포기하면서 중대 오염 배출자들을 보호하던 방패가 사라질 수 있다. 발전소 및 기타 시설의 유해 배출로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의 새로운 소송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년간 이어질 수 있는 청문회와 소송 위협은 일부 전력회사들이 수십 년 된 석탄 발전소 운영을 연장하는 것을 단념시킬 수 있다. 이전의 규제 압박은 사라졌지만 말이다.

동시에 전력 공급 확대 압박을 받는 많은 전력회사들은 새로운 오염 규정과 무관하게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시스템 조합을 추가 전력 배치의 가장 빠른 수단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이는 화석연료 채굴업체들이 공급 확대를 준비하는 가운데에도 전국적으로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저장 시스템의 대규모 도입이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은 미국 연방 오염 규제가 신속히 폐기되더라도 미국 에너지 생산과 유통에 관여하는 주요 업체들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게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법정 다툼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부문 전반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