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파로 중동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서 미주 지역 중질유 가격이 수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이란의 보복 위협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글로벌 석유 공급의 약 20%가 막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동 원유를 대체하려는 수요가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멕시코만에서 생산되는 마스 사워 원유는 4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대비 배럴당 5.50달러(약 7920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이는 전날보다 1.75달러(약 2520원) 오른 수치로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 연안에서 생산되는 헤비 루이지애나 스위트 원유 역시 지난 3일 5.25달러(약 7560원)의 프리미엄으로 마감하며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로힛 라토드 보텍사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한 구매자들이 원유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공급 차질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생산국인 이라크는 유조선 이동이 제한될 경우 며칠 내에 하루 300만배럴 이상의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한국과 인도, 미국의 정유사들은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품질의 원유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산 중질유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산 중질유의 WTI 대비 할인폭은 지난 1일 이후 배럴당 1.25달러(약 1800원) 축소됐다. 패트릭 오루크 ATB 코마크 캐피털 마켓츠 애널리스트는 "이란 상황이 지속되면 한 달 내에 캐나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의 남은 용량이 크게 소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정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3달러(약 4320원)를 돌파했다. 디젤 가격도 4일 장중 갤런당 3.45달러(약 4968원)까지 오르며 급등세를 보였다.

공급 부족 사태는 경질유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닐 크로스비 스파르타 커머디티스 애널리스트는 공급 부족으로 경질유 가격도 곧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브라질산 경질유의 대중국 수출 프리미엄은 분쟁 전 배럴당 2~3달러(약 2880~4320원) 수준에서 최근 13~14달러(약 1만8720~2만160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내 원유 공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WTI는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대비 최대 8.75달러(약 1만2600원) 할인된 가격에 거래됐다. 이는 3년여 만에 가장 큰 격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