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적 역량이 중동에 집중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요격 미사일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한 이후 이란은 걸프 국가들을 향해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발사했다. 이 공격을 방어하는 데 주로 PAC-3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사용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주요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요격 미사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세르히 쿠잔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장은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이 연간 생산하는 약 600발의 PAC-3 미사일로는 미국과 걸프 동맹국, 우크라이나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록히드마틴은 연간 생산량을 2000발로 늘리기로 했지만 당장 올해 발생하는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러시아는 지난겨울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70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에는 하룻밤 사이에 32발의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은 지난 2월 중순 이후 PAC-3 미사일 37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유럽 외교관들은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질 것을 우려한다. 미국이 자국 비축량을 먼저 채우면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무기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도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공급 지연 가능성을 확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 우크라이나가 사용할 수 있는 방공 시스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 중재 평화협상은 이란의 걸프 국가 공격 여파로 연기됐다. 새로운 협상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방공망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가 자체 타격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비안 호프만 오슬로대 연구원은 "미사일 방어는 적의 공격 능력을 약화시키기 전까지의 임시 조치"라며 "우크라이나는 자체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의 생산 시설을 타격할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자체 개발한 FP-5 플라밍고 순항미사일을 이용해 국경에서 약 1400km 떨어진 러시아 우드무르티야 지역의 미사일 공장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