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약·화학기업 바이엘(Bayer)이 '발암 논란'이 일었던 제초제 라운드업과 관련한 대규모 소송에서 10조원대 합의안에 대한 법원의 첫 승인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법원이 바이엘과 원고 측 변호인단이 합의한 72억5000만달러(약 10조4400억원) 규모의 합의안을 예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연방 및 주 법원에 계류 중인 약 6만5000건의 관련 소송을 대부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원고들은 라운드업의 핵심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비호지킨 림프종 등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해왔다. 바이엘은 2018년 미국 농화학기업 몬산토를 630억달러(약 90조7200억원)에 인수하면서 라운드업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품의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는 바이엘의 법적 책임이나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티머시 보이어 판사는 이번 합의 규모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는 7월 열리는 청문회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비 승인 조건에 따라 바이엘은 10일 이내에 원고 통지 비용 등을 위해 5억달러(약 7200억원)를 기금에 납입해야 한다.
다만 원고 다수가 합의를 거부할 경우 바이엘은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 빌 앤더슨 바이엘 최고경영자(CEO)는 합의안 발표 당시 대다수 원고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빌 도데로 바이엘 수석부사장 겸 법률고문은 "원고 측 주요 로펌들이 지지하는 이번 합의안이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향후 21년간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이는 이미 소송을 제기한 사람뿐만 아니라 과거 제초제에 노출돼 향후 암 진단을 받는 사람들의 청구권까지 포괄한다. 일부 변호인단은 미래 발병자의 소송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며 예비 승인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승인 과정에서 추가 시간을 요청할 수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한편 미국 대법원은 오는 4월 하순 살충제 라벨 규제와 관련한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바이엘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라운드업의 발암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주법에 근거한 경고 문구 누락 소송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