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즉각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 계획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란의 주변국 타격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됐다.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마비됐고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정유시설 가동이 중단됐다.

EU는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2026년 4월 말부터 신규 단기 LNG 계약을 차단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 대한 공급을 당장 중단하고 새 시장에 진출해 자리 잡는 것이 우리에게 더 이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정된 결정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정부와 기업에 관련 사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 EU 파이프라인 가스의 약 40%를 공급했다. 하지만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면서 지난해 이 비중은 6%로 급감했다. 빈자리는 노르웨이와 미국 등이 채웠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Gazprom)의 기업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2007년 3300억 달러(약 475조20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현재 400억 달러(약 57조6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러시아는 유럽 시장 축소에 대응해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동 사태로 가스 구매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프리미엄 구매자가 등장하면 미국 기업과 같은 전통적인 공급자들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등 신뢰할 수 있는 동유럽 국가들과는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