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률이 높지만, 실제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은 4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2023년 2~4분기 진행된 기업 자금조달 접근성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ECB에 따르면 250명 이상 직원을 둔 기업의 90%가 AI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AI 역량에 자금을 투자하는 기업의 비율은 전체 기업의 약 25%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사용과 투자 간 격차의 주요 원인은 접근성이다. 챗GPT, 클로드 등 무료 도구와 오픈소스 모델 덕분에 AI 도입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자체 인프라 구축이나 맞춤형 솔루션에 투자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AI 도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기존 우려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ECB 조사 결과, AI를 사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추가 인력을 고용할 확률이 4% 높았다. AI에 투자하는 기업 역시 인력을 늘릴 확률이 2%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규모 기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ECB는 이들 기업이 기존 업무 자동화를 통한 인력 대체보다 연구개발(R&D)과 혁신에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독일 이포(Ifo) 연구소가 5년 내 독일 기업의 25% 이상이 AI로 인해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대조된다. 또한 아마존 등 미국 대기업들이 AI 도입을 이유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것과도 차이를 보인다.

매체는 이러한 차이가 시기와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기업들은 AI 투자와 인력 구조 개편에 있어 미국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또한 AI를 생산의 핵심 요소보다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