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가 5일(현지시간) 첫 공식 회의를 열지만, 일부 동맹국은 이 새로운 기구가 유엔(UN)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우려로 참여를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위원회 회원국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50억 달러(약 7조2000억원)를 서약했다고 밝혔다. 이는 2년간의 전쟁으로 초토화된 가자지구 재건에 필요한 추정치 700억 달러의 7% 수준에 불과하다.

회원국들은 가자지구 안정화와 치안 유지를 위한 국제 병력으로 수천 명의 인력을 파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기자들에게 "세계 최고의 지도자들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역사상 구성된 어떤 종류의 위원회보다도 가장 영향력 있는 기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트럼프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20개 항목 평화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10월 휴전 이후 트럼프의 구상은 확대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항구적 평화라는 난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전 세계 분쟁 해결까지 돕겠다는 더욱 야심찬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위원회가 유엔에 "제대로 하라"고 압박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40개 이상의 국가와 유럽연합(EU)이 5일 회의에 관계자를 파견하기로 확정했다. 다만 독일·이탈리아·노르웨이·스위스 등 12개 이상의 국가는 위원회에 정식 가입하지 않고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일 휴전 합의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지배권 확대 시도를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원래 5일로 예정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평화위원회 회의를 발표하면서 급히 앞당겨졌다.

양측 회의에 모두 참석하려는 외교관들의 일정이 겹치게 됐기 때문이다.

바티칸 국무장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번 주 초 기자들에게 "국제적 차원에서 이런 위기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곳은 무엇보다 유엔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행정부는 4일 바티칸의 우려를 반박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복구하기 위한 매우 대담하고 야심찬 계획과 비전을 갖고 있으며, 평화위원회 덕분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전 세계 수십 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합법적인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월츠 미국 유엔대사도 회의적인 동맹국들에 대해 "위원회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월츠 대사는 "우리는 위원회의 구조가 비전통적이고 전례가 없다며 비판하는 수다쟁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다시 말하지만, 기존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5일 회의의 핵심 의제는 치안을 유지하고 무장 단체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 안정화 병력 창설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이자 휴전 합의의 초석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안된 병력에 확고한 파병 의사를 밝힌 나라는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하마스 역시 무장 해제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신뢰를 거의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무장 해제와 관련한 난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중재자들이 보고한 내용에는 고무됐다고 밝혔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4일 미국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기업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한 다른 주요 이슬람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팔레스타인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적어도 제 입장은 최소한 시도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5일 회의에서는 위원회의 실무 기구인 '가자 실행위원회'(Gaza Executive Board)가 가자지구에 기능하는 정부 시스템과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외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특사,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실행위원회 고위대표, 월츠 대사 등이 연설할 예정이다.

분쟁 예방에 중점을 둔 비영리 단체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마이클 한나 미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일부 미국 동맹국들이 보이는 회의적 태도가 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나 디렉터는 "가자를 넘어 위임 권한 확대에 대한 명확한 승인 없이는, 많은 미국 동맹국과 파트너가 트럼프의 위원회 가입 제안을 거절하기로 선택한 것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가자의 미래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이스라엘에 대해 갖고 있는 영향력과 지렛대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기를 바라며 가입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