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재정적 어려움으로 은퇴 저축을 미리 인출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자산운용사 뱅가드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제도인 401(k) 가입자의 6%가 생계 곤란을 이유로 자금을 인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3년 4.8%와 팬데믹 이전 평균인 2%를 웃도는 사상 최고치다.

자금 인출의 주요 원인은 주택 압류 및 퇴거 방지와 의료비 지출로 나타났다. 인출액 중간값은 1900달러(약 273만원)였다. 59.5세 미만 가입자가 자금을 인출할 경우 소득세와 함께 10%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인출 증가는 제도 변화와 관련이 깊다. 미국 의회는 2018년 401(k) 대출을 먼저 받아야 하는 요건을 폐지했다. 2022년에는 가정폭력이나 연방 재난 피해자도 자금을 뺄 수 있도록 허용 사유를 확대했다.

자동 가입 제도의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뱅가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직원의 61%가 401(k)에 자동으로 가입했다. 이는 2013년 34%에서 늘어난 수치로, 비상시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노동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반면 401(k) 가입자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지표도 있었다. 지난해 평균 계좌 잔고는 주식 시장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13% 증가한 16만7970달러(약 2억4187만원)를 기록했다.

가입자의 45%는 지난해 저축률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스티넷 뱅가드 전략적은퇴컨설팅 책임자는 "사람들이 저축을 늘리고 투자를 유지하며 전문적인 방식으로 자산을 재조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