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라일라 에드워즈(22)의 올림픽 데뷔 무대를 가족 14명이 지켜봤다. 이는 크라우드펀딩 모금으로 이루어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에드워즈는 5일(현지시간) 밀라노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준결승전에서 스웨덴을 5-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전 링크에 들어선 에드워즈가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91세 할머니 어니스틴 그레이였다.
그레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손녀가 들어오면 주위를 둘러본다"며 "나는 방해하지 않으려 했지만 손녀가 나를 발견했고, 우리는 서로 손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에드워즈는 미국 올림픽 대표팀 역사상 첫 흑인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다. 그의 가족과 친구 14명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날아올 수 있었던 것은 GoFundMe 모금 덕분이었다.
모금액 중 단일 최대 기부금 1만 달러(약 1400만 원)는 NFL 스타 형제인 트래비스 켈시와 제이슨 켈시가 익명으로 낸 것으로 확인됐다. 켈시 형제는 에드워즈와 같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하이츠 출신이다.
에드워즈의 아버지 로버트 에드워즈는 한 달 전 딸의 올림픽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가족 중 2명만 이탈리아행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누가 갈 것인지 이야기해야 했다"고 딸의 어머니 샤론 그레이-에드워즈가 전했다.
로버트 에드워즈는 '라일라의 가족을 올림픽으로 보내 응원하게 하자(Send Laila's Family to the Olympics to Cheer Her On)'는 제목으로 GoFundMe 모금을 시작했다. 목표액은 5만 달러(약 7000만 원)였다.
"고수준 하키를 하는 과정에는 많은 기복이 있고, 딸은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 한다"며 "자존심은 내려놓고 모금을 하기로 했다"고 로버트 에드워즈는 말했다.
켈시 형제는 2023년 에드워즈가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성인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첫 흑인 선수가 됐을 때부터 그를 응원해왔다. 형제는 자신들의 인기 팟캐스트 '뉴 하이츠(New Heights)'에서 에드워즈를 소개하기도 했다.
5일 현재 에드워즈 가족은 6만1000달러(약 8500만 원) 이상을 모금했다. 제이슨 켈시와 그의 아내 카일리는 5일 준결승전 관중석에서 직접 미국팀을 응원했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한 에드워즈는 이날 경기에서 어시스트 1개를 기록했다.
위스콘신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에드워즈는 오는 6월 프로여자하키리그(PWHL) 드래프트에서 상위 3순위 안에 지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드워즈는 경기 후 AP통신에 "가족이 밀라노에 온 것은 나에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며 "그들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도왔고, 이 팀을 만들고 꿈을 이루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에드워즈의 어머니는 경기 2시간 30분 전 호텔 로비에서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모일 것을 가족들에게 지시했다. 부모, 할머니, 이모, 사촌, 오빠를 포함한 대가족은 택시 밴을 불러 경기장으로 향했다.
에드워즈는 13살 때 뉴욕주 로체스터의 비숍 커니 셀렉츠 아카데미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가족은 오랜 시간 멀리서 그를 지켜봐왔다.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흑인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남녀 아이스하키는 여전히 백인 중심 스포츠다.
그레이-에드워즈는 "유색인종들이 '하키를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이제 본다'고 말하는 걸 듣는다"며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얘기를 하고 있고, 유니폼을 사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레이-에드워즈에게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어린 남자아이들이 딸에게 사인을 받으러 오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은 '하키 하는 여자애'가 아니라 '훌륭한 하키 선수'로 딸을 본다"며 "흑인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훌륭한 선수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레이-에드워즈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은 경기나 점수가 아니라, 91세 어머니와 22세 딸이 링크에서 함께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로 손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머니는 뛰어오르며 정말 좋아하신다"고 그레이-에드워즈는 말했다.
에드워즈와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오는 6일 오후 캐나다와 금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