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약물 규제 최고 책임자가 항우울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문구 추가를 주장하는 지인을 채용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트레이시 베스 호그 FDA 약물센터장이 항우울제 안전성 비판론자인 아담 우라토 박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라토 박사는 임산부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복용이 유산과 태아의 뇌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가장 강력한 수준인 '블랙박스 경고'를 추가해 달라는 청원을 FDA에 제출한 상태다.

FDA 내부에서는 호그 센터장과 우라토 박사의 관계를 명백한 이해상충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인 기준이라면 호그 센터장이 해당 청원 검토에서 배제돼야 하지만, 오히려 심사 기간을 단축하도록 직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그 센터장은 지난해 가을 FDA 고위 관계자들에게 우라토 박사가 작성한 슬라이드를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발표하기도 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우라토 박사의 주장이 소규모 임상시험 등 빈약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니퍼 페인 버지니아대학교 생식 정신과 전문의는 "블랙박스 경고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큰 적신호"라며 "임신 중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산모와 태아에게 미치는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여성의 15% 이상인 약 2600만 명이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의료계 가이드라인은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이 대체로 안전하며,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서만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우라토 박사는 호그 센터장과의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청원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수년간 알고 지낸 사이지만 그녀의 업무를 방해할 만한 오랜 개인적 친분은 없다"고 밝혔다.

스포츠 의학 전문의 출신인 호그 센터장은 정부 기관 근무 경험이 없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마스크 착용과 백신 의무화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측근으로 분류되며, 최근 한 공화당 행정부가 어린이 백신 권고안을 축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그 센터장은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여성들이 임신을 시도할 때 원한다면 SSRI 복용을 중단할 수 있도록 잠재적 위험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FDA 관계자들은 심사 중인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보다 개인의 의견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우라토 박사의 청원이 흡연이나 당뇨병 등 발달 장애 가능성을 높이는 다른 건강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암리타 바트 워싱턴대학교 주산기 정신과 전문의는 "임신 중 우울증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