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중국 정부를 대신해 홍콩 민주화 인사들을 사찰한 혐의를 받는 남성 2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중앙형사법원에서 외국 스파이 기관을 조력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빌 유엔(65)과 피터 와이(38)의 재판이 열렸다.

두 사람은 중국과 영국 이중국적자다. 유엔은 전직 홍콩 경찰로 런던 주재 홍콩경제무역대표부에서 근무했으며 와이는 영국 국경수비대 소속이자 런던시 특별경찰로 활동하며 민간 보안업체를 운영했다.

던컨 앳킨슨 검사는 "피고인들은 홍콩 특별행정구와 중국을 대신해 그림자 경찰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합법적인 법 집행 기관인 것처럼 행세하며 홍콩 당국이 요주의 인물로 지정한 민주화 지지자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검찰은 유엔이 무역대표부 사무실 관리자라는 직무 범위를 넘어 최근 영국으로 이주한 민주화 운동가와 정치인에 대한 정보 수집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와이에게 임무를 지시했고 와이는 스파이 활동을 숨기기 위해 경찰 시스템을 이용해 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는다. 무역대표부 측은 와이에게 계좌를 통해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네이선 로 전 홍콩 입법회 의원을 감시한 정황이 담겼다. 이들은 홍콩 활동가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사찰 대상을 영국 정치인 등으로 확대했다.

유엔은 와이에게 의원이나 정부 공무원을 특별히 주시하라고 지시했다. 2023년에는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 공동 의장인 이언 던컨 스미스 보수당 의원 등 주요 정치인의 이름을 전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23년 12월~2024년 5월 외국 정보기관을 돕고 주거지 침입을 시도해 외국 간섭을 저지른 혐의 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와이는 공직자 비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